나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정치공방이 제발 좀 성숙했으면 하는 바램과 안타까움을 갖고 작심하고 이 글을 쓴다. 특히 예전에 진보적인 정치학자나 지식인들은 종종 그런말을 하곤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통령을 그냥 옛날 왕조시절 ‘임금님’ 비슷한걸로 생각하고 민주주의를 시작한 것 같다‘고. 바로 그러한 인식이 우리사회에 민주적인 사회 시스템이 뿌리내리는데 많은 저해요인이 된 것 같다는 취지로 이런말들을 한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일리있는 주장이다.
실제 70년대까지만 해도 대통령 영부인을 웬만한 학식이나 사회적 지위를 갖춘 사람들도 ’국모(國母)님‘이라 불렀다는 증언이나 증거,자료들은 지금도 찾아보는게 그리 어렵지 않다. 그 당시 대통령에 대한 평가 논란과는 별개로 영부인이었던분은 그만큼 범 국민적 존경과 추앙을 받던분임을 감안하고 판단해야할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대통령 부인을 ’국모님‘이라고 부른 것 자체가 그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의 인식과 가치관이 얼마나 왕조시절의 연장선상에 있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는 좋은 사례이긴 하다.
헌데 민주화가 된지도 시간이 꽤 지난 요즘 특히 일부 정치세력들중엔 대통령을 임금님 정도가 아니라 무슨 70-80년대 미국 외화같은데서 보는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소머즈 언니쯤 되는 초능력자여야 하는건줄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때가 많다.
근본적으로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이 남서해안 바다 한가운데에서 이미 반쯤 기울고 있는 대형 유람선을 놓고 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다. 있어봐야 ‘구조에 만전을 기하라’면서 구조담당 최고책임자에게 원론적 지시를 내리고 나중에 현장 내려가서 유가족,실종자가족 위로하는 것 외에 더 할수있는일이 뭐가 있을까 ? 대통령이 무슨 70년대 외화에 나오는 소머즈나 원더우먼이 아닌다음에는 순식간에 남서해안바다에까지 날아가서 기울어가는 배를 번쩍 안아올리기라도 할 수 있는 재주는 없는 것 아닌가.
작금의 이태원 사고에서도 다를 것은 없다. 어쨌든 ? 그것도 어느 머나먼 중남미 나라 축제때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 그런 젊은이들 대거 몰려나오는 그런날 좁은 골목에서 삽시간에 벌어지는 대형 압사사고. 그 자체도 우리로선 처음 겪어보는일이었지만 그렇게 순식간에 벌어지는 대형참사에서 대통령이 취할수 있는 조치가 뭐가 있을까 ? 역시 ‘없다’라는 답이 나오기까진 그리 오랜시간 걸리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구를 거꾸로 돌릴 재주라도 있는 슈퍼맨도 아니요 무슨 축지법을 쓰고 모래알로 쌀밥을 만들 수 있는 존재는 더더욱 아니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그런 순식간에 벌어진 대형참사에서 국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취할수 있는 조치는 ‘구조에 만전을 기하라’는 말과 ‘국가추도기간’ 선포해서 깊은애도 표하는 것 외엔 더 이상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행정의 총 책임자이면서 재난의 콘트롤타워라는 점에서 대형참사가 터지거나 수해,지진같은 자연재해성 재난이 발생했을 때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수는 없다. 허나 그럴지언정 마치 대통령이 무슨 고의적으로 대형참사나 재난상황을 방관했거나 의도하기라도 한것인양 음모론을 퍼트린다던가 무작정 대통령이나 장관 누구를 탄핵해야한다느니 물러나야한다느니 이런식으로 공세를 펼치는 것은 3류 저질스런 후진적인 정치공방이란 소리를 하는 것이다.
총리와 장관이라고 별반 다를 것은 없다.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여 장관을 통솔하며 특히 유사시(가령 10.26처럼 대통령이 갑자기 사망한다던가 대통령이 탄핵되어 직무가 정지되었을 때)에는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을 대행하는 자리일뿐이며 장관역시 해당분야의 업무를 총괄 지휘,관리,감독하는 임무가 있을뿐 대형참사나 재난이 터졌을 때 슈펴맨처럼 달려갈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다를바가 없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은 어떤 사람들일까 ? 국회의원은 입법과 예산의 책정,감시를 주로 하는 역할이며 지방의원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책정,감시하며 조례제정의 업무를 맡는다. -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별로 별도의 무슨 그런 조례가 많이 필요할까 오래전부터 의문을 가져온 사람이긴 하지만 그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한다.
대통령이나 장관에게 행정 총책임자로서 대형참사가 터졌을 때 ‘그때 뭐하고 있었느냐 ?’는 식으로 책임을 묻거나 공세를 펼수는 있다. 허나 여기에 반박한답시고 ‘그때 야당 대표 아무개는 뭐하고 있었느냐 ?’라던가 ‘모 방송사 사장은 그때 뭐하고 있었나 ?’ 이런식으로 따져묻는다면 이건 정치공방을 더 3류 저질수준으로 전락시키는것밖에 안된다. 어쨌든 대통령이나 장관은 행정 책임자로서의 책임을 일정부분 추궁할수야 있다. 허나 야당대표는 글자그대로 야당을 관리하고 이끄는 ‘정치인’일뿐 행정 책임자도 재난 콘트롤타워도 아니다. 대통령에게 대형참사가 터졌을 때 ‘어디서 뭐하고 있었소 ?’ 하는 수준의 질문은 (쓸데없는 음모론이나 의혹제기 차원이 아닌) 어쨌든 국가 행정 총책임자로서의 책임을 묻는 지적일수야 있다. 허나 행정책임자도 아니요 재난관리 시스템을 담당하는 사람도 아닌 그냥 ‘야당인사’에 불과한 야당대표 아무개한테 ‘그러는 당신은 그 참사가 터졌을 때 어디서 뭐하고 있었느냐 ?’는 식으로 따지면 이건 저질(低質 : 질이 낮음) 공방도 아니고 그냥 무식(無識 : 아는게 없음)한거다.
일전에 어느 지방의원은 자기지역에 수해(水害)가 났을 때 외유(外遊)를 떠났다고 해서 물의를 빚은바 있다. 이때 이 지방의원의 해명이 ‘원래 두 번이나 사정상 취소,연기된 것을 또 미룰수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다녀온것이고 사실 지방의원이 수해때 자기 지역구 내려가 현장에서 팔걷어붙이고 자원봉사 하는 것이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충분히 할수있는일일지언정 국회의원이든 지방의원이든 어차피 현장 피해복구 책임자가 아닌이상 거기가서 팔걷어붙이고 자원봉사하는것도 일종의 정치쇼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이런 참사나 자연재해가 났을 때 할 일은 그 지역 피해상황이 온전히 복구될수 있도록 예산책정,감시를 하는 역할이고 또 마찬가지로 그런 참사나 재해가 나지 않도록 법령제정이나 예산편성등을 하는 것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본분이지 수해난 현장가서 팔걷어붙이고 자원봉사 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쇼’에 불과하다. (* 그 왜 일전에 ‘레밍’ 어쩌구 하는 비유를 했다가 난리가 났던 지방의원 있지 않은가. 사실 레밍이란게 리더가 잘못되는 길을 가도 무작정 따라가다 죽는 성질을 지닌 설치류란 점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지도자가 잘하건 못하건 무작정 지지하고 환호하며 반대파에게 악플남기고 하는 열성 ‘빠돌이’ 문화가 이 레밍 비유에 기가막히게 맞아떨이지긴 하지만 역시 이 부분은 논외로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북한이 핵실험 했을 때 ‘한밤중에 비상국무회의 연다고 달라질게 뭐가 있느냐 ?’고 푸념한적이 있다. 원론적으로 따지면 (지방의원이 수해났을 때 현장가서 재해복구 자원봉사 쇼하느니 원래 예정되어 있던 외유를 떠나는 것이 지방의원의 본분을 다하는것이라고 말한 인사 만큼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한 것은 분명 아니다. 어차피 북한과 전면전을 벌일게 아닌 다음엔 한밤중에 대통령이 비상국무회의 연다고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 자체가 달라질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한답시고 휴전선에 군을 전면 배치한다던가 대응용으로 우리도 ‘훈련용’이라고 하며 어디 남해안 무인도에 미사일 한발 쏜다고 해도 어차피 북한과 전면전을 벌일것이 아닌 다음엔 ‘보여주기용 쇼’에 불과하다는 소리다.
군사정권 시절은 물론 ‘제왕적 대통령 문화’가 아직 이어지던 시절엔 무슨 대형참사가 터지거나 경제가 안좋거나 그 외에도 대체로 여론이 나빠지는 무슨 ‘정치적 사건’ 같은게 터지면 총리 바꾸고 장관들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개각 이벤트’를 단행하곤 했다. 허나 무슨 대형참사가 터졌든 금융비리가 터졌든 그렇다고 총리,장관 바꾸고 난리법석 떠는 것 자체가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던 후진적 정치대응 방식이다. 95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소속 서울시장으로 출마했던 조순 후보는 당시 ‘TV 토론’에 나와 이런말을 하기도 했다. ‘대형참사가 터졌다고 무작정 서울시장이 사퇴하고 하는 것이 오히려 지방자치 이전 제왕적 대통령 시대에나 하는일이다. 지방자치제에서의 서울시장은 대형참사가 터졌으면 그 이후의 사태와 사고를 수습하고 다시는 그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예방과 재발방지 작업에 나서는 것이 ‘민선 지차단체장’다운 소임이지 대형참사가 터졌다고 무작정 서울시장이 사퇴하고 하면 그런게 바로 군사정권때의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평시가 되었건 전시(戰時)가 되었건 또는 어떤 대형참사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 나라의 행정,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이런 것을 따지고 개선해야 하는것이지 무슨 대형참사가 터지거나 자연재해가 닥쳤을때마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느니 총리나 장관 누가 사퇴해야한다느니 이런식으로 나오는 것은 3류,저질 정치공방일 따름이다. 또 여기에 맞대응한답시고 그때 야당의 누구나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누군 뭘하고 있었냐느니 KBS 사장은 뭘 하고 있었냐느니 또는 누구는 얼마짜리 명품백이나 명품시계를 차고 다닌다느니 또는 이판국에 어느나라 샴푸나 화장품 따위를 쓰고있다느니 이런식의 정치공세를 벌이는 것은 더 저질적이고 후진적이다. - 게다가 이런식의 공세를 DC나 일베 같은곳의 무명의 네티즌끼리 싸우는거라면 모를까, 공당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인사까지 이런걸로 정치공세를 벌이는 수준으로까지 전락해서는 곤란하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터졌을 때 부시대통령의 보고를 받은 첫 반응은 ‘원 그런 바보같은 조종사가 다 있나’ 였다. 비행기가 그런 고층빌딩과 충돌한다는 것이 그것도 사고도 아니고 테러를 위해 고의적으로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수 없는 상황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런 대통령의 발언을 갖고 문제삼은 사람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런 테러가 온 국민이 테러로부터 자국과 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한다는 똘똘뭉치는 국민총화의 계기가 되었을지언정 누가 물러나야 한다느니 누굴 탄핵해야 한다느니 이런 저질공방으로 여야가 싸우지 않았다.
우리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때 ‘구명조끼를 입고 학생들이 떠있을텐데 발견이 힘드냐 ?’는 물음을 갖고도 트집을 잡았으며 거기에서 결국 소위 ‘7시간 의혹’을 밝히라느니 어쩌라느니 하는 3류 정치공세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사실 ‘승선원들이 바다에 뛰어내렸을 가능성’은 원래 속보를 전하던 지상파의 기자들의 리포트 전달과정에서 ‘처음 나온 말’이었고 따라서 관저에서 속보를 지켜보는 상황이었다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었고 판단착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것까지 트집을 잡은 것은 결국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 하얀것까지 트집잡는다’는 식으로 그저 박근헤 대통령이 (단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 때문에) 밉고 꼴보기 싫은 부류들의 3류 저질공세였을뿐이다.
솔직한 심정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나 역시 앞으로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쓸수 있는날이 얼마나 더 될지 기약하기 어렵다. 그러나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더라도 인류 문명사와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치사는 변함없이 흘러갈것이기에 앞으로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 정치가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무엇을 가르쳐줄수 있을것인가 하는점에 대한 심각한 문제와 의문을 갖고있기에 그저 이 죄많은 땅에 태어난 업보라 생각하고 이와같은 지적을 하는 것뿐이다.
대형참사나 재난,재해같은게 터졌을 때 무작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느니 총리,장관을 물러나야한다느니 또 거기 반박한답시고 야당의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누구누구는 그때 뭘 하고 있었느냐느니 이런식의 정치공방은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후진적인 3류 정치공방일뿐이다. 그 외에도 상대방의 말실수나 말꼬리 또는 사사로은 생활문제(가령 무슨 얼마짜리 명품가방을 쓰고 다닌다느니, 무슨 어느나라 비싼 화장품,샴푸를 구입해 쓰고 있다느니)까지 트집잡아 공세거리를 삼는문제,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인사에게 무작정 악플을 달고 비난하는 문제등. 우리나라의 3류 정치공방 문화를 지적,열거하자면 한도끝도 없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했던 것이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가 터졌을 때 오간 정치공방이 가장 심각했기에 특히 이 문제를 콕 집어 지적한 것이다. 사실 근본적으로 따지고보면 지난 20여년 어느덧 우리나라의 정치문화로 자리잡고만 소위 팬덤이라고도 불리는 정치인 ‘빠돌이’ 문제가 우리나라 정치를 더 3류,저질스런 공방으로 추락시켰고 여기엔 인터넷에 이런저런 정치사이트나 유튜브도 한몫을 담당했다.
이런식의 3류 저질공방만이 계속된다면 이런건 깨어있는 시민이라고도 할 수 없고, 개혁정신을 승계하는 이들이라고도 할 수 없고, 무슨 대단한 반공애국우파 활동을 한다거나, 자유시장경제 사상을 전파한다고 떠드는 젊은세대라고도 할 수 없는 그저 온,오프라인에서 후진적인 정치공세,정치공방만을 일삼는 ‘정치잉여’밖에 되지 않을 따름이다.
필부(匹夫)의 바램으로 어찌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뀌는데 1cm만큼이라도 기여할수 있겠냐마는 적어도 이제 살날도 그리 얼마남지 않았다고 볼수있는이의 입장에서 자라나는 세대들이 잘못된 정치문화, 후진적 정치공방만은 배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와같은 글을 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우리사회 좌우,여야간 정치갈등,정치공방이 조금이라도 성숙해지길 바라는 당부를 거듭 드릴뿐이다.
모두 드러나는날 온 국민이 집단우울증에
빠질거라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습니다.
그 현장에서 시민들 통제했다는
뉴스도 있더군요
이래도 나라냐??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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