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까진 정확히 9개월 정도 남았다. 대략 1년 가까운 시간이 아직 남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내년 총선을 전망(?)하는 여론조사가 꽤 많이 쏟아져 나왔다. 분위기만 봐서는 총선이 당장 낼모래라도 치러지는 느낌이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노무현-이명박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이렇지는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갤럽이나 리얼미터등 정기적으로 대통령 지지도나 정당지지도를 조사,발표하는 기관이 한두곳 있긴 했지만 이렇게 우후죽순 대통령 지지도며 총선 관련 여론조사며 하는 그런 분위기는 분명 아니었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가 되어버린데 제1차 책임을 종편에 돌리지 않을수 없다. 종편은 글자그대로 ‘종합편성채널’의 준말인데 소위 ‘종편’이 출범하고 나서 정작 종합편성은 하지않고 하루 방송의 거의 상당수를 정치관련 토론,토크쇼(?)를 내보내는데만 올인했다. 그렇게 신규방송국을 만든 종편사 나름대로의 이런저런 복잡한 내부사정도 있었겠지만 여하튼 종편이라기보단 그냥 ‘정치방송’이라고 봐야하는데가 무려 세군데나 그렇게 생긴셈이다. 요즘은 그래도 사정이 많이 달라져 대체로 ‘종합편성’의 모양새는 갖춰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오전과 낮시간 상당수는 ‘정치방송’에 할애하고 있다
이 소위 종편으로 인해 특수(?)를 본 직업군(?)이 두곳 있다. 소위 ‘정치평론가’라고도 불리는 일부 정치학자,정치부기자 혹은 국회의읜 보좌관,당직자 출신들이고 또 하나가 바로 여론조사기관 대표들이다. 정치방송이다보니 여하튼 정치권 관련 여론조사가 관심도 때문에라도 또 시청률을 의식해서라도 너도나도 각종 여론조사기관 대표,관계자들을 불러 이런저런 정당이나 선거 여론조사 발표를 하고 분석을 하고 그러는곳이 꽤 많아졌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 맞물려 대통령이나 정당 지지도는 물론 총선,대선 예상 여론조사를 일찌감치 하는곳도 꽤 많아졌고 그 분위기가 가면 갈수록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권때까지만 해도 차기대선 관련 여론조사는 현직대통령 임기 한 절반은 지난 시점부터 이뤄졌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같은 전국단위선거 여론조사도 대략 선거 서너달정도를 앞둔 시점부터 쏟아지지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아직 1년이상 남았는데도 너도나도 그것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주간지나 웹진까지 경쟁적으로 각종 선거관련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정당지지도,대통령지지율 발표하고 하는 분위기와 풍경은 한 10년전까지만 해도 잘 없던 분위기다. - 노골적으로 말해 종편출범 이전과 이후로 우리나라 방송은 물론 정치권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
가령 그 시절에도 주요 방송사나 언론사들이 연말연시나 명절같은때 이른바 여론추이를 알아본다고 하는 이런저런 설문이나 여론조사같은 것은 있었다. 그러나 그런건 대개 ‘특집’형식으로 하는 그야말로 ‘민심’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일뿐 정당지지도나 선거예측 같은 것은 다소 부차적인 설문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기,비정기적으로 주간이든 격주간이든 월간이든 이런식으로 여론조사,선거에측을 발표하는 기관이 대충 꼽아봐도 열곳이 넘는다. - 선관위가 그래도 얼마전부터 적극적으로 제재활동에 나서서인지 지금은 두어달전에 비해 몇군데 줄어든 느낌이긴 하다.
예전 ? 그렇게 오래전도 아닌 한 10여년전까지만 해도 ? 에는 일상을 사는 대다수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접하는 정치관련 뉴스는 지상파의 9시 정기뉴스등을 통해 나오는 보도나 일간지 정치면등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 특히 기억에 정치관련 뉴스는 방송 뉴스에서 선거때나 무슨 대형 비리스캔들 같은게 터졌거나 또는 여야간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가 있는 경우가 아니고는 2-3꼭지 이상을 넘어가는 경우가 그리 많이 없었다. - 그만큼 정치뉴스를 접해보는 시간과 범위가 한정되어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던 것이 종편이 사실상 평일 오전과 낮시간 대부분을 할애해가며 하루종일 정치관련 방송을 하면서부터 정치관련 이슈를 일반대중이 접하는 방식과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개중에는 솔직히 이게 그렇게 방송에서 크게 다룰만한 이슈인가 싶은 사소한 이슈도 하루종일 정치평론가들이 여럿 나와서 떠드는경우도 있고 딱히 진전되거나 새로운 것이 없는 이슈도 최소 한달이상 평론가들이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해가며 이슈의 크기만 부풀려가는 경우도 많았다.
솔직히 노년보수층 ? 사실 필자도 어느덧 나이 50에 이른 사람이니 굳이 ‘노년보수’ 어쩌구 하며 구분하는것도 모양새가 좀 우습지만 ? 입장에서 드라마나 예능따위도 더 이상 취향에 안맞고 뉴스나 시사프로도 특정 이념쪽으로 지나치게 편향되어 보기 불편하니 종편의 정치방송만 계속 선호하게 된 문화. 그 자체야 뭐 딱히 별다른 할말이나 이견은 없다. - 근래들어선 심지어 종편내용도 마음에 안드는지 각자 자기 마음과 취향에 맞는 유튜브 정치방송까지 찾아보며 후원까지 하는 실정이 아니던가. 허나 이런식이 되면서 정치과잉현상 특히 일반인이 정치를 접하는 문화나 현상이 많이 바뀌고 과열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특히 종편의 이런식의 하루종일 정치방송은 지상파의 낮시간대마저 오염시켰다. 솔직히 종편의 평일 낮시간대 정치방송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지상파 관계자들이 놀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시간대에 ‘숨은 시청층’이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다고. 사실 평일 낮 시간대는 원래 지상파 입장에선 시청률에 별 기대를 하지 않던 시간이었다. 상식적으로 보통 대개는 직장이나 학교가 있을 시간이고 전업주부나 백수라도 각자 자기 볼일이 있어 출타한 경우도 많을텐데 그 시간에 TV앞에 앉아있을 사람이 그리 많을거란 기대는 할수 없는 것 아닌가. 따라서 이 시간대는 보통 지상파는 비인기종목 경기 중계나 일반인들이 별 관심없는 전시나 공연 중계 ? 가령 클래식 공연이라던가 ? 혹은 농,어촌 관련 정보 프로를 내보내거나 하던 시간대였다. 헌데 종편이 이 시간대에 뜻밖에 대박(?)을 치면서 이 시간대에 언제부터인가 지상파도 조금씩 정치관련 인터뷰나 시사,토론 프로 같은 것을 편성하여 - 사실상 종편의 정치방송을 따라하는 형식으로 ? 이렇게 평일 낮시간대 편성이 변질되었다.
사실 굳이 자유시장경제 이론에 대입해 판단하자면 탓할 문제는 아니다. 따지고보면 이전까지 발견못한 시청률 사각지대에서 새로운 ‘틈새시장’을 발견한 것 아닌가. 헌데 그런 틈새시장을 발견한 이상 그 시간대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고 싶지 않은 방송 관계자는 없을것이나. 허나 덕분에 원래 지상파가 사화적 약자나 소수파에게 배려해주던 시간대였던 평일 낮시간조차도 이런식으로 변질되었다는게 문제다. 이제 비인기종목 중계가 그런식으로나마 매스컴을 탄다던가 클래식이나 국악공연 같은게 평일 낮시간등을 통해서라도 방송되는 일은 이제 웬만해선 잘 없을 듯 하다.
요즘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주요정당의 각 지역구 정치인들이 이런저런 현수막을 붙여놓은 것을 많이 보게된다. 솔직히 이 역시 불과 1-2년전까지만 해도 잘 볼수없던 진풍경이다. 보통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의 현수막 역시 선거때 아니면 연말연시나 설,추석같은 명절 때 지역구민들에게 인사하는 형식의 현수막 아니면 잘 내걸지 않았다. 헌데 요즘은 시도때도없이 현수막이 걸리고 그 내용마저 바뀌는데다 바로 그 현수막 문구만으로 주요 양당이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라 그야말로 선거철도 아니고 명절때도 아닌데 ‘대체 왜들 이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런 기현상을 두고 이미 여기저기서 ‘대체 저 많은 현수막 비용은 다 어디서 나오냐 ?’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전에는 일상인들이 9시 뉴스 아니면 일간지 정치면 외엔 접할기회가 별로 없던 정치권 뉴스. 허나 요즘은 종편이 거의 매일같이 정치권 이런저런 시시콜콜하고 사소한 이슈까지 매일같이 대형이슈화시키기 일수고 각종 여론조사 역시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된다. 그리고 그로인해 격화되는 정치권 공방. 이게 결국 온라인(TV,인터넷 등)에서 벌어지는 공방이 결국 오프라인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여하튼 낮에 TV를 보는 시청층 상당수가 종편앞에 앉아있을테니 각 지역 정치인들이 신경을 안쓸수 있겠는가 ? 그 많은 종편 시청자들이 따지고보면 다 선거때 투표할 유권자들인데. 그러니 이제 매일같이 시시때때로 종편을 통해 터지는 정치이슈를 놓고 급기야 오프라인 즉 지역구 ‘현수막 전쟁’으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솔직히 딱 종편 정치방송과 현수막 구호를 비교하다보면 바로 종편에서 정치평론가나 여론조사 관계자들이 한 이야기를 바로 특정정파 현수막에서 반박하고 또 그러면 반대쪽 정파가 반박하듯 또다른 내용의 현수막을 내놓는 이런느낌이고 그런식의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 이런식의 정치과열,정치과잉이 계속되는 것이다. 솔직히 이런 현상은 필자도 어느덧 인생을 대략 50년 가까이 살아온 사람이지만 정말 50평생 살아오면서 처음보는것같다. - 솔직히 진짜 걱정되는 것은 이렇게 갈수록 과열되고 과잉되는 정치갈등,정치현상이 앞으로 5년,10년이 지나면 또 어떤식으로 더더욱 과열되고 정치갈등이 가속화될지 그 점이 심히 걱정될 따름이다.
근본적으로 보통사람들이 평상시 지나치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 건강한 사회도 아니다. 거 뭐 요순시대 ‘임금이 있든말든 나랑 무슨상관이냐 ?’ 하던 그 시절이 가장 태평성대라 하지 않던가. 일반백성이 임금이 뭘하든 정치판이 어찌 돌아가든 별 신경도 안쓰고 또 그런 문제가 개개인의 일상에 별다른 영향도 안미치던 시절이 ‘진정한 태평성대’라면 작금의 정치과열,정치과잉의 시대는 난세중의 난세인 것이다.
바로 그 정치과열 현상을 지난 10년 종편의 정치방송들이 부추겨왔기에 그걸 지적하는 것이다. 작은 정치권 공방이나 발언조차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여 한달넘게 반복,재생산하고 총선,대선이 아직 1년이상 남은 시점에서 벌써 차기총선,차기대선 예측하는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그로인해 정치공방,정치갈등이 격화되고 그러다 이젠 하다하다 지역구 현수막 전쟁,여론전쟁이 벌어지기에까지 이른데 종편에 자주 출연하는 그 많은 정치평론가,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책임이 없다고 할수 있겠는가 ?
근본적으로 방송개혁 문제가 생전 TV라곤 9시뉴스와 교육방송의 TV과외 외에는 볼일 없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방송개혁을 논하고 있는 현실에 유감을 표한다. 어떤이의 표현을 굳이 빌자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지상파의 이념적 편향성을 논하기에 앞서 지난 10년 종편3사가 부추겨온 지나친 정치과열,정치과잉 현상도 그래서 한번쯤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고픈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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