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스포츠 즐기는 법 (80년대 이래로...)
축구,야구 : 평상시에 열광하며 성원하다 국제대회때 되면 욕한다 (월드컵,올림픽,WBC 같은)
기타 비인기종목(핸드볼,하키,탁구,배드민턴,쇼트트랙,피겨,컬링 등등) 평상시엔 그런 종목이 지구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모를정도로 관심없다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되면 (승패에 상관없이) 장하다,대단하다며 성원하고 칭찬한다
- 하지만 국제대회 끝나고 나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평범한 축구팬,야구팬으로 돌아가버린다. - 비인기종목들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든 국제선수권대회 3연패를 했든 평상시엔 다시 무관심,무관중속에 경기치른다
장담하건데 야구가 이번 WBC인가 하는 대회에서 일본이 아니라 중국에 한 100:0쯤으로 패했다 하더라도 그걸로 인해 프로야구 인기가 떨어지거나 하는일은 없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90년대부터 그래왔다. 아니 따지고보면 80년대부터 쭉 그래온 한국인들의 종특 아닌가. (* 이 ‘종특’이란 표현이 아무래도 비하적 의미 같아서 웬만하면 안 쓰려 했는데 이 시점에선 꼭 한번 써보고 싶다)
90년대 중반...그러니까 96년 애틀란타 올림픽때 일이다. 하이텔 sports란에서 이런일이 있었다. 금메달은 그 이전 서울,바르셀로나에 비해 저조한 7개로 그쳤지만 은메달이 유난히 많아 15개나 될 정도로 아쉬운 경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스포츠란에는 아쉬운 선전을 보인 하키니 핸드볼이니 체조니 이런 비인기 종목과 해당 종목 선수들을 격려,찬사를 보내는 성원이 이어졌고...반면 이에 비해 바가지로 욕먹은 종목이 하나 있다. 그게 농구다.
당시 농구는 국내 프로농구가 소위 역대 언봉을 받는다는 허재,강동희등의 맹활약으로 초절정의 인기를 누리던때였으나 (* 슬램덩크니 뭐니 하는 농구만화 인기도 농구열풍에 한몫 거든 것 같고) 막상 국제대회에서 그런 한국 대표선수들은 졸전을 면치 못했다. 이게 극명하게도 평상시엔 열악한 환경속에서 뛰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선전과 대비되어...여하튼 한국 국가대표 농구단이 바가지로 욕먹은게 당시 하이텔 스포츠란 게시판이었다.
기억에...당시 농구선수단이 필요이상 욕먹는게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는지 선수단측 가족이라는 어떤이가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실제 국내 프로농구의 인기와 달리 우리나라 농구 선수단의 국제경쟁력은 한수 낮은게 현실이니...그걸 좀 이해해달라는 대충 그 정도 수준의 해명의 글이었는데...온라인 게시판의 특성에 하이텔 게시판의 분위기와 겹쳐져 그 글 올린 당사자까지 바가지로 욕먹고...이래저래 난리도 아니었었다.
허나 막상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언제 그럤느냐는 듯 배구나 핸드볼,하키,체조선수들을 격려하던 글은 점차 줄어들고...졸전을 면치못한 농구선수단과 지도부 인책론으로만 한동안 게시판이 들끓었었다. (악플보다 무서운게 무플이란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당시 기억나는 글중 하나가 ‘향수냄새 나는 농구, 땀냄새 나는 하키’란 제목의 장문의 글이었는데 요지는 역시 국내에선 억대 연봉을 받으며 왕자대접 받지만 국제대회에서 졸전을 면치못한 프로농구 선수단을 비난하고 비인기 종목 설움 가운데서도 역경을 딛고 은메달을 딴 하키선수들을 격려하는 대략 그런 내용이 글이었는데... - 아마 베스트글로 추천을 받았는지 올림픽 끝나고도 한참동안 메인에 올라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 기억에 대략 98-99년까지도 하이텔 스포츠란에서 해당 글을 검색해보면 찾아볼수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 그때(90년대 후반)가 이미 하이텔 동호회도 시들해지고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대거 인터넷으로 옮겨가던 시절인데...여하튼 그때까지도 남아있던 하이텔 스포츠란 베스트글이었다.
나중에라도 그 글 올린 당사자를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해볼까 생각해봤지만 아쉽게도 해당 글을 올린 당사자를 찾는데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추정컨대 그 사람 역시 제목에서 보여준 그대로 당시엔 그저 비인기종목 설움속에서도 선전을 한 하키선수단을 농구선수단의 졸전과 대비하는 그런글을 썼을뿐이고...아마 시간이 조금 지난뒤엔 그저 평범한 농구팬의 한사람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 아마 그 글 올린 당사자도 자신이 그런글을 올린 사실이 있었음을 잊어버리고 있지 않을까 ?
내 말은...어느덧 25년도 훨씬 지난일인 그 당시 하이텔 스포츠란이나 프라자란 정서나 지금 일베니 DC니 펨코니 하는데서 축구나 야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의 정서나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소리다. - 정치적 문제와 별개로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은 25년전 젊은이들이나 지금 20-30대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
악플보다 더 무서운게 무플이라고 했던가...하긴 정치인이나 연예인들도 자기네들끼린 농반진반으로 이런 섬뜩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죽었다는 기사 빼고는 웬만하면 신문기사에 자기 이름 한번이라도 더 나는게 유리한거’라고...따지고보면 ‘악플보다 무서운게 무플’이라는 말과 비슷한 맥락의 말이다.
축구든 야구든 월드컵이나 WBC에서 졸전을 벌였다고 해서 축구나 야구 인기가 시들해지거나 하는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축구 욕하고 WBC 졸전벌인 야구 욕하고 한 사람들 평상시엔 변함없이 똑같은 축구팬이고 야구팬으로 일상을 살아갈뿐이다. 반면 핸드볼이니 하키니 쇼트트랙이니 하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때나 가끔 보게되는 선수들은 딱 그때만 성원받고...평상시에는 세상에 그런종목이 있는지조차 그런 선수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그게 한국인들의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인것같다. 80년대나 90년대나 그로부터 30-40년이나 지난 2020대 현재까지도. 아무리 사람은...특히 나이들수록 자기 취미나 습관,사고방식 같은건 쉬이 변하지 않는다지만...평상시엔 축구,야구 응원하다 국제대회땐 바가지로 욕하며 보고 정작 올림픽,아시안게임때 좋은성적 거두는 핸드볼이니 하키니 쇼트트랙이니 하는 몇몇 종목들은 딱 그때만 성원하고 평상시엔 그런 종목이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사는...
그게 한국인들의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인 것 같다. 30-40년동안 변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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