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란도는 동급의 타사 모델을 제치고 가장 잘 팔리는 GM의 유일한 모델이다. 가격이나 성능, 인테리어는 카렌스가 오히려 나은 점도 많은 데,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익스테리어 하나밖에 없다. 대체로 사람들은 반듯반듯한 차량을 좋아한다. 이는 1편에서 언급한 사람의 외모에 대한 '느낌'과 궤를 같이한다.
국내의 경우 현대 포니, 엑셀, 갤로퍼, NF소나타, 기아 봉고, 프라이드, 르삼의 SM5-1세대, 쌍용으로 돌아가면 무쏘 등 슈퍼히트작의 대부분은 네모 반듯반듯한 차량들이다. 물론 1세대 산타페나, YF 소나타 등도 히트를 쳤지만, 이는 그 가격대비 품질, 세그먼트의 대안부재 등 디자인 외적인 성공요인이 강한 것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해외의 경우도 아우디, BMW, 벤츠, 특히 포드의 F시리즈 등은 직선 기반의 곡선은 '다만 거들뿐'인 디자인이다. 상상해 보라. 직선만 놓고보면 무미건조하다. 그런데 이 끝과 저 끝을 잡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살짝 구부려보라. 아름다운 직선 기반의 커브가 나온다. 이런 것이 디자인을 살리는 곡선의 역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직선도 좋고 곡선도 좋으나, 소비자의 '역린'을 거스르는 요소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단 아래 사진을 몇개 보자.
쉐보레 라인들이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외면받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앞뒤 라이트의 윗쪽으로 비쳐나가는 모양새 때문이다. 내 직원중의 한명은 크루즈를 사고싶으나, 눈살이 쳐진듯이 불룩 내려간 뒷 라이트 때문에 안산다는 친구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라이트가 가장 거부감을 주는 '망작'의 요소가 된 것이다.
위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겠으나, 사실이 그렇다. 누군가가 "세계 디자인 역사상 가장 멋진 것은 조선시대 선비의 방이다" 라고 하였다. 선비의 올곧음과 청빈함이 드러나면서도 멋을 부리고 싶은 것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요소요소에 멋을 담은 600년 디자인 이란 것이다. 필자는 그 말에 깊이 동의한다. 직선은 안정감의 기본이며, 타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산업 디자인은 그렇다.
위 글의 핵심은 "잘된 디자인은 정갈하다"는 것이다. 쌍용의 카이런, 액티언,,,, 티볼리까지 이어지는 디자인이 초등학생 낙서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용된 선들이 너무 난잡하고, 절제미가 없고, 균형이 없기에 즉, 디자인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커녕, 못생긴 뭔가를 보는 듯한 '피곤함'을 주기 때문이다. 보면 볼수록 정이가고 좋아져야 하는 데, 이런 난잡한 선과 면들로 구성된 제품은 보면 볼수록 짜증이 나기 때문에 절대 갖고싶을 수가 없다.
티볼리의 전면부를 보자. 전체적으로 이런 못생긴 얼굴을 디자이너가 디자인 하기도 어렵겠지만, 양쪽 헤드라이트가 비껴올라간 것은 정말 눈에 거슬리고, 앞부분의 메뚜기를 닮은 입부분은 정말 보기 곤혹스럽다. 사람들은 곤충과 닮은 것은 기본적으로 싫어한다. 벌레는 태어나면서부터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뒷면을 말하는 것은 입만 아픔). 역린의 요소로 충만해서는 성공할 수가 없다.
새로운 디자인을 하면서 디자이너는 늘 '뭔가 특별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에 놓인다. 그런데, 그 특별함을 쫒다가, 정작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는 포드의 승용, 소형라인의 디자인이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갖고싶지는 않은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반면에, 폴크스바겐은 곡선과 괴상한 디자인으로 피곤한 소비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직선과 반듯함을 주 요소로 하는 차세대 디자인을 들고 나왔다. 성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문제는 티볼리가 안되는 디자인이고, 저렇게 나오면 안된다는 것을 몰랐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판촉이나 새로움으로 일정량의 판매고는 올릴지 모르지만, 수익을 가져올만큼 스테디한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고, 종래에는 회사가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토요타/렉서스의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그래서 직원들은 회사가 어려우니 월급도 쪼들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면 또 해고로 내몰린다. 기억할 것은 잘못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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