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많이 힘드네요,
밤잠도 설치고, 몇 년째 해 오는 제 직업에 대한 회의감에
과연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심하게 들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소재 OO부동산 중개사사무소에서
소속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 전세 사기 문제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 좋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의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일으킨 범죄입니다.
대다수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들은
하루하루 열심히 물건 소개와 설명, 그리고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소소한 문제해결을 열심히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전 33살이던 2003년도부터 장사를 시작해서
고깃집 위주로 6번 가게를 했었습니다.
장사를 했던 때의 마음과 지식으로,
가게 자리를 찾으시는 예비 사장님들에게
성심성의껏 자리를 알아봐 드렸고
잘될 때는 같이 기뻐하고, 안될 때는 같이 슬퍼해 드리고
나름의 장사 잘 하는 방법을 조언해 드리고 있습니다.
저 또한 장사하던 경험과 지식을 살려
업종에 맞는 위치, 적당한 임대료와 권리금에 대한 조언,
각종 인허가 문제 등등
타 부동산의 중개사분들과는 차별성 있게 중개를 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4년 넘게 부동산 점포 매물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서
제 블로그를 보고 문의가 많이 오고 있고,
계약 또한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4일에 어느 한 분이 제 블로그를 보고 연락 준다고 하시면서
미용실 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하셨습니다.
중개하다 보면 많은 분이 견물생심이라고
처음 가게 구할 때의 기준보다 계약할 때에는 그 이상의 조건의 점포를 계약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제 경험에 비춰 조금은 권리가 비싸지만,
추가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분위기 좋고, 깔끔한 미용실(수유동 소재)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에 의뢰인은 보고 싶다고 했고,
직접 만나서 미용실을 보여드렸습니다.
부부인지 연인인지 모를 남녀 두 분이 보러 오셨고,
마음에 드신다며, 조금 인테리어를 손대고 싶으니
다음날 인테리어 견적 받으러 다시 방문할 수 있냐고 해서
다시 방문, 기존 미용실 원장님, 의뢰인 두 분, 인테리어 회사 직원과 함께 미팅했습니다.
기존 미용실 원장님이 말씀해 주신 권리금은 4,500만 원이었고
의뢰인은 권리금이 얼마까지 조정이 되겠냐고 해서
기존 원장님에게 4,200만 원까지 조정을 받아 냈습니다.
이때 시점에 다른 부동산에는 권리 6천만 원으로 물건을 내놨다고 하시며,
이번 계약이 불발되면, 다른 부동산에도 똑같이 4,500만 원으로
내놓으신다는 것도 의뢰인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에 의뢰인은 4일 뒤,
금전적으로 조금 힘들 거 같다며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왠지 찜찜하지만
알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의뢰인 두 분에게 최선의 물건이었는데,
안 하신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만 갖고
다른 물건을 찾아보니 더 나은 물건이 없어
연락을 다시 못 드렸습니다.
그 후 2~3주 정도 지났을 때
기존 미용실의 간판이 바뀌는 걸 보고,
다른 부동산에서 계약을 했구나 하고 아쉽지만, 네이버 부동산 광고를 내렸습니다.
시간은 흘러 7월 13일 다른 분의 의뢰를 받고 점포를 찾는 도중에
같은 건물(구분상가)의 참치집이 몇 호인지 네이버 지도에서 찾아보다
이 미용실을 클릭했더니 낯익은 두 분의 모습이 보여 순간 엄청 놀랐습니다.
아, 순간 만감이 교차 하더군요.
이에 남자 의뢰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수신거부를 해놓았는지
‘고객의 사정으로~’ 라는 멘트가 나왔고
여자 의뢰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신호는 가는데 받질 않았습니다.
직접 미용실을 찾아가 보니 쉬는 날 인지 문은 닫혀 있어서 문에 명함을 놓고 왔습니다.
기존 원장님과의 통화(어렵게 연결)로
의뢰인이 빨리 계약하자고 재촉을 해서
의뢰인(양수인)의 지인(친구로 추정)이 중개보조원으로 있는
도봉구 창동 소재 O부동산에서 계약을 썼다고 알아냈습니다.
다음날 전화를 다시 여러번 했고,
여자 의뢰인이 ‘잠시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내 왔습니다.
잠시 후 남자 의뢰인이 전화를 줬고 통화를 했습니다.
너무나 당당하신 목소리에
전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원장님, 제 블로그 보고 제게 먼저 연락하셨고,
찾는 기준까지 문자로 보내 주셔서 권리금이 조금은 비싸지만
딱 알맞은 물건을 찾아 두 번이나 현장 답사를 해 드렸는데
계약은 어떻게 다른 부동산에서 하셨냐?’고 하니
법을 운운하며, 무슨 문제 있냐고 하시더군요,
‘네이버에 광고가 나가고 있는 물건이라 계약을 어디서 하든
무슨 문제 있냐’고 하셨습니다.
전 이 물건은 의뢰인은 저한테 처음 물건 소개를 받았고,
현장 답사 두 번에 가격 흥정까지 다 해 드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의뢰인은 가게 구하실 때 중개수수료가 별거 아니겠지만
저 같은 중개인은 이게 밥줄이라고 했습니다.
아예 애초부터 친구분에게 끝까지 가게를 찾아달라고 하지
왜 저한테 연락하셨냐?’는 말에 대답을 못하시더군요,
의뢰인의 업종과 투자 규모에 따라 알맞은 점포를 찾아드리는 제 노하우와 정성과 수고,
싹 다 무시하고 친구분과 계약을 한 게 무슨 문제냐는 의뢰인의 당당함에
숨이 탁 막혔습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물건 소개는 A중개업소에서 받고, 그 내용(임대료, 권리금, 점포 상태)을 가지고
계약은 친구가 중개보조원으로 있는 B 중개업소에서 한다는 것은
사기, 기망입니다.
의뢰인 두 분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서 지은 상호를 보고 있자니,
자다가도 깜짝깜짝 놀라 깨기 일수입니다.
친구분이신 중개보조원 김OO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의 가슴에 못 박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아주세요,
친구분이 먼저 제안을 했어도 이에 응하시면 안되는 겁니다.
먼저 의뢰인에게 제안을 하셨다면 부동산 중개를 다시 배우세요.
차라리 의뢰인이 몰랐다, 미안하다라고 하셨으면
지금보다는 덜 억울할거 같습니다.
이와 유사한 판례가 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08나9235 판결
중개비용청구를 해보시고 지급을 안할 경우 정식으로 전자소액재판을 해 보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듯 합니다.
정보를 제공한 중개보조원을 배제하고 임차인과 친구가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정보를 빼앗아 상가를 계약했다면
밑져도 본전이라 생각하시고 함 해보는 것을 추천드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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