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박영수, 구속 피했다···법원 “다툼 여지 있어”
경향신문 입력 : 2023.06.30 00:43 수정 : 2023.06.30 01:32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0일 구속을 피했다. 검찰이 대장동 수사에 착수한 지 1년9개월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것이다. 속도를 내는가 했던 50억 클럽 의혹 수사가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이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주요 증거인 관련자들의 진술을 심문 결과에 비춰 살펴볼 때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현 시점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인다. 현 단계에서는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고 했다. 박 전 특검의 공범으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양재식 전 특검보의 영장도 기각됐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를 받는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4년 11~12월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로부터 ‘우리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출자하게 하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용 여신의향서를 발급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200억원 상당의 이익과 부동산 등을 받기로 했다고 본다. 또 박 전 특검이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이들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았다고 판단한다. 이후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고 PF 대출용 여신의향서만 제출하자 2015년 4월 여신의향서 발급 대가로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로부터 5억원을 받고 향후 50억원 상당의 이익을 약속받은 것으로 검찰은 본다. 박 전 특검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들어가면서 취재진에게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주변인들은 혐의를 인정하는데 여전히 우리은행에 영향력 행사한 바가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심문에서 박 전 특검의 증거인멸 정황과 혐의의 중대성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특수통이다. 그는 2016년 11월 특검으로 임명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12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 등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 불명예 퇴진했고 재판에도 넘겨지는 등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박 전 특검은 2021년 9월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로부터 청탁과 함께 50억원을 받았다는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되면서 또다시 수사망에 올랐다. 그는 2015년부터 특검 임명 직전인 2016년 11월까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하며 약 2억원을 받았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에 입사해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까지 매년 6000만원의 연봉을 받았으며, 화천대유로부터 11억원을 빌렸다. 2021년 6월 화천대유 보유분 대장동 아파트를 싼 값에 분양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 브로커’인 조우형씨가 알선수재 혐의가 있었음에도 변호인이던 박 전 특검의 영향으로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를 피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2021년 10월 경향신문 보도로 제기됐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소개로 조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봐주기 수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골자이다. 검찰은 이처럼 대장동 의혹에 무수한 고리로 얽힌 박 전 특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9개월 만에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박 전 특검의 신병을 확보해 그가 약속받은 자금 중 딸 등을 통해 추가로 전달된 자금이 없는지 조사하려던 검찰의 계획도 틀어졌다. 앞서 50억 클럽 의혹 관련자 중 처음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이날 박 전 특검의 구속영장까지 기각됨에 따라 50억 클럽 의혹 수사가 더욱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구속영장 기각 직후 입장을 내고 “다수 관련자들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들에 의하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 및 약속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검찰은 향후 보강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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