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열병식은 일본이란 특정 국가를 넘어 전 세계 파시스트 세력을 상대로 한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이다. 2차 대전 당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연합국의 일원이었고, 우리 임시정부도 작지만 일조를 했다. 따라서 한국이 이 전승 기념식에 참석 못 할 이유가 없다.

박 대통령의 방중이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관측도 성급하다. 아베 총리의 방중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베의 '외교 책사'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이 지난 16~18일 방중했다. 지금쯤 일본은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행사 명분에 '항일(抗日)'이 포함된다는 점이 부담되겠지만 거꾸로 기념식 참석을 통해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으로 포장할 수도 있다. 또 중국의 손님맞이 전통상 일본을 예우할 것이고, 이는 아베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시켜 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참석은 시 주석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다. 베이징 열병식에 참석하는 외국 정상 명단은 지난 5월 모스크바 전승 기념식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참석 정상의 수가 좀 더 늘어날 수는 있으나 신선한 중량급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필요할 때 찾아주는 것이 진정한 친구다. 중국의 '친성혜용(親誠惠容) 선린 외교'의 성공 사례인 한국의 지도자가 간다면 시 주석에게 천군만마가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중국이 한·중 관계의 현안들인 한·중 FTA, 일대일로(一帶一路),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을 더 우호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