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스펙과 관련한 이야기가 연일 회자되고 있습니다. 조국 후보자 딸의 노력이나 천재성은 둘째로 하더라도 딸이 누려왔던 스펙 쌓기가 일반 시민이 알고 있는 수준을 넘는다는데 문화적 충격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것이 '합법이냐 불법이냐'라는 논쟁을 떠나서 비록 합법적이고 정상적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익히 알아왔던 방법이 아닌 마치 상식선을 벗어난 형태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과 분노를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기득권 세력의 전유물처럼 공고히 쌓아진 그들만의 카르텔은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 이분법이 통용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마치 출발선은 공정해 보이지만 모두가 맨발로 서 있는 출발선 위에 당연하다는 듯이 스파이크 달린 운동화를 신고 서 있는 모습에 허탈해 하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조국 교수의 해명처럼 미안하고 죄송한 일이지만 사과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응어리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조국 교수의 말대로 진보는 강남에 살아서는 안될 이유도 없고 진보역시 보수가 할 것 같은 형태의 카르텔 속에서 귀족적 자산을 누릴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프랑스 혁명에서도 라파예트나 브리소와 같이 세습 귀족 출신이면서 진보적 가치를 추구한 인물들이 있는 반면 진보를 추구할 것 같은 사람이 왕정복고를 지지했다는 점에서 진보는 반드시 이러 이러 해야만 한다는 프레임에서만 이번 사태를 논의 한다면 너무 좁은 시야에 스스로를 가두는 경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전 고려대학교 경제학부장을 지낸바 있는 장하성 교수는 민중의 분노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계급 사회에 살고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장하성 교수는 지난 반세기 한국의 발전속에 감춰진 이면을 들추어 내면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팍팍한 삶에 분노할 줄 알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야만 철옹성과 같은 그들만의 카르텔이 무너지고, 대부분의 시민이 살기 좋은 경제적 기반이 만들어 진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과 함께 본인이 추구하는 경제 정책이 어떠한가는 전문적 분야라 논외로 합니다.
과거 죠다쉬 청바지를 입고 나이키를 구겨신는 멋스러움이 일부 상류층에서만 할 수 있는 특권적 행동이었다면 현재는 뚜벅이와 외제차로 계급이 나누어질 만큼 청년층의 계급화는 심화되었습니다. 과거를 하나 더 소환 하면, 가난한 대학생이 방학동안 열심히 '노가다(건설 일용직)'를 뛰어서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해 집안에 보탬이 되었다면, 현재는 방학 뿐만 아니라 학기중에도 매일 아르바이트를 해도 한 학기 등록금은 고사하고 생활비 벌기도 빠듯한 시대를 살고있는 청년에게 사회 지도층이 던져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요?
1990년대 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비정규직이 IMF속에서 잉태되어 현 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비 정규직만 강요하는 괴물로 자랐습니다. 고도 성장의 달콤함은 부모나 삼촌 세대가 이미 향유했지만 미래가 창창한 젊은 세대는 패자 부활전 조차 허용하지 않는 극도의 경쟁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그 누군가의 화려한 스펙 쌓기가 먼 꿈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태생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결정되는 신분제도는 2019년에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사라질 듯. 사라질 듯 하면서도 전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삶속에 은밀하게 침투한 계급 사회는 우리가 모르게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이 사회를 좀먹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세계일보 기사를 짬깐 인용 하면
- 한국노동연구원이 2017년 7월에 발표한 ‘직업계층 이동성과 기회불균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식이 부모 직업군까지 대물림한다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의 민낯이 드러난다.
아버지가 ‘1군 직업’(입법공무원, 고위공무원, 기업 임원 및 관리자, 전문가)에 종사할 경우 자녀도 1군 직업을 가질 확률이 32.3%로 나타났다. 반면 이들의 자녀가 판매종사자 등 ‘3군 직업’(서비스 종사자, 판매 종사자, 농업 및 어업 숙련종사자, 단순노무 종사자)을 가질 가능성은 13%로 낮았다.
아버지가 3군 직업일 경우 자녀도 3군 직업을 가질 확률은 24.1%였다. 이는 1군과 2군 직업(기술공 및 준전문가, 사무종사자, 기능원 및 관련기능 종사자,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을 가진 아버지에 비해 3∼11%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앞서 2016년 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내놨다. ‘개천용’ 신화가 이제 사라지고 있음을 흙수저 청년들이 깨닫고 있다는 씁쓸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19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보다 후반에 태어난 세대가 부모의 학력과 직업, 사회적 계층을 대물림하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화 세대’라 불리는 1975~1995년생들에게서 아버지가 중상층 이상일 때 자식도 중상층 이상일 확률은 아버지가 하층일 때 자식이 중상층 이상이 될 확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세계일보 기사 발췌)
이제
우리는 이수역에서 컵라면 하나를 남기고 산화한 청년을
제주도에서 도제 제도에 착취당하다 죽은 어린 학생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하성 교수의 말처럼 분노해야 합니다.
조국 교수의 딸을 향한 분노가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에도 자신의 기득권을 움켜쥐고 세상을 향해 '새로운 21세기형 계급 사회를 용인하라'며 요구하는 그들을 향해 분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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