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제네시스 관련 흥미로운 소식이 두 가지 날아왔다. ‘막내’ G70이 미국 자동차 매체,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올해의 차’에 올랐고, ‘맏형’ EQ900이 G90로 새롭게 거듭났다. 단순히 이름만 고치고 신형 행세하는 건 아니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외모 변화가 단연 눈에 띈다. 과연, 국내뿐 아니라 치열한 북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글|사진 강준기 기자 목요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한 ‘제네시스 강남’ 전시장을 찾았다. 올해 초 오픈한 제네시스 전용 공간으로, G70과 G80, G90 등이 층별로 자리했다. 아직은 현대자동차와 함께 파는 전시장이 대부분이지만,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선 이와 같은 전용 공간이 필요하다. 입구로 들어가자 단정한 안내원들이 음료와 함께 테이블로 안내했다. 지금껏 국산 브랜드에선 느껴볼 수 없는 환대다. 따뜻한 색감의 원목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차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이차저차 ‘다닥다닥’ 붙여놓은 여느 현대차 대리점과 달리, 차와 차 사이의 간격, 조명의 밝기 등이 심리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오늘 시승할 모델은 G90 3.3T로, 짙은 와인 컬러로 치장했다. 일반 고객도 예약을 통해 최대 50분 시승할 수 있다. 먼저 외모 소개부터. 거대한 그릴로 단번에 시선이 쏠린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파격이 반갑다. 모두가 만족하는 무난한 스타일보단, 제네시스만의 또렷한 색채를 느낄 수 있어서. 범퍼 쪽으로 뾰족이 뻗은 라인, 큼직한 격자무늬와 크롬 장식 등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헤드램프는 4개의 LED 광원을 심고 사이에 길쭉한 주간주행등을 엮어 앞바퀴 펜더까지 이었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205×1,915×1,495㎜.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롱 휠베이스와 비교하면, 75㎜ 짧고 10㎜ 넓으며 높이는 같다. 휠베이스는 단 5㎜ 차이. 공차중량은 V6 3.3L 가솔린 터보 기준 2,065㎏이다. 혹자는 제네시스가 경쟁 모델보다 무겁다고 하지만, V6 3.0L 가솔린 터보 엔진 품은 S 450이 2,140㎏, 렉서스 LS500이 2,170㎏이다. 옆모습에선 단연 휠이 돋보인다. 19인치로 얇은 스포크를 촘촘히 엮어 빚었다. 시승차는 주행거리 500㎞도 안 탄 새 차지만, 벌써 안쪽에 시커멓게 분진이 쌓였다. 물론, G90 소유주가 직접 세차할 일은 없겠지만. 압권은 뒤태다. 번호판을 범퍼 쪽으로 내리면서 램프를 길게 펼쳤다. 날개 엠블럼 대신 제네시스 글자 붙인 점도 흥미롭다. 뉴 그랜저와 다이너스티 등 오래 전 국산 대형 세단의 향수를 자극한다. 외모에서 느낀 호감이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붉은 빛 도는 브라운 가죽과 따뜻한 원목, 알루미늄 스피커 커버 등을 조화롭게 빚었다. 큼직한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계기판과 함께 엮었고 송풍구와 각종 공조장치 버튼은 간결하게 배치했다. 기어레버 각도가 절묘해 움켜잡기 편안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부위는 촉촉한 가죽으로 감싸 기대이상 고급스럽다. 그래서 방향지시등 스위치만 도드라진다. 여느 현대차 모델에서 볼 수 있는 같은 구성과 저렴한 소재로 얹은 까닭이다. 또한 계기판은 속도계와 타코미터 모두 아날로그 방식인데, 가독성은 좋지만 100% 디지털 계기판처럼 볼거리가 풍성하진 않다. 압권은 시트. 도어트림에 ‘스마트’ 버튼을 누르면, 체형을 인식해 차가 직접 알맞은 자세로 옆구리까지 조여 맞춘다. 물론 G90는 앞좌석보다 뒷자리가 탐난다. 엉덩이를 포근하게 감싸는 맛이 좋고, ‘Rest’ 버튼 누르면 ‘스르륵’ 편한 자세로 변한다. 통풍과 열선 모두 3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모니터에서 다양한 기능을 주무를 수 있다. B필러 양쪽에 자리한 송풍구와 천장 속 화장거울, 푹신한 머리 배개까지 눈에 띈다. 단, 동승석 뒤쪽 발 받침대, 앰비언트 라이트가 없는 점은 퍽 아쉽다. G90의 ‘모던 에르고 시트’는 독일 척추건강협회(AGR: actoin Gesunder Ruecken)의 인증도 받았다. 실제 의사 6명이 실차 검사를 통해 최종 인증을 부여한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도 AGR 인증을 받았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G90의 시트는 BMW 7시리즈, 아우디 A8보다 포근한 느낌을 준다. 뒷좌석도 최대 14 방향, 요추 받침까지 전동으로 조절한다. 꼼꼼한 방음 설계도 돋보인다. 통상 도어 안쪽을 보면 고무 스트랩 외에 철판을 그대로 노출시키지만, G90은 통으로 감쌌다. 이중접합 차음유리와 맞물려 내가 누르는 경적 소리마저 아득히 들린다. 보닛 안쪽도 방음재로 꼼꼼히 틀어막았다. 시승차는 V6 3.3L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 품고 자동 8단 기어와 짝 지어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m를 뿜는다. 오늘 시승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동안 ‘자율주행’이다. 고속도로 타고 멀리 가볼까 생각했지만, 평소 출퇴근 환경인 경기 과천-서울 강남 코스로 정했다. 도심에서 달릴 때의 만족감, 승차감과 연비 등이 궁금해서. 평균연비는 초기화하고 평소 달리던 습관 그대로 움직였다. 최근 같은 코스에서 경쟁 모델들을 시승했기에, G90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G90은 V6 3.8L 가솔린과 V6 3.3L 가솔린 터보, V8 5.0L 가솔린 등 3가지 심장을 품었다. 중심은 3.3 터보. ‘막내’ G70에 얹었을 땐 세상 화끈했지만, G90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알맞은 성능을 뿜는다. 길이 5m를 넘는 헤비급이지만, 예상외로 운전이 부담스럽진 않다. 주변 시야가 시원스럽고, 방향지시등 켜면 계기판에 후측방 영상을 띄워 친절하다. 거대한 전함이 물 흐르듯 미끄러지는 느낌은 대형 세단의 묘미. 센터페시아 중앙의 ‘공기청정’ 모드 눌러 미세먼지 짙은 강남대로를 유유자적 빠져나왔다. 특별히 흠 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뽐내지만,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먼저 오토 스타트&스탑 시스템. 정차 중 시동을 켜고 꺼 연비 챙기는 장비다. G90은 시동 켤 때 스타트 모터 소음이 경쟁모델보다 다소 크다. 실내 정숙성이 좋은 나머지 유독 도드라져 보일 순 있다. 그러나 ‘차체 기본기’라고 일컫는 주행 품질이 샹향평준화된 시대에서, 이젠 사소한 부분에서도 경쟁사를 뛰어넘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연비. 이번 시승에서 기록한 평균연비는 1L 당 8.9㎞. 2t(톤)의 거구가 기록한 성적치곤 나쁘지 않지만, ‘다운사이징’외에 전동화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BMW 740e i퍼포먼스와 렉서스 LS500h 등이 좋은 예다. 이들은 1L 당 10㎞ 가뿐히 넘는 효율로 주유소 자주 들락거리는 수고를 덜었다. 제네시스가 ‘롱런’하기 위해선, 전동화 전략으로 단출한 메뉴판을 보강해야 한다. 또한, 방지턱을 넘을 때 뒷좌석 암레스트 부근에서 진동과 잡소리가 들리는데,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승차감. G90는 ZF의 자회사, SACHS(삭스)와 공동 개발한 ‘제네시스 어댑티브 컨트롤 서스펜션’을 쓴다. 유압식 가변제어 방식이다. 두 개의 밸브를 심어 노면 상황에 따라 섀시와 함께 제어하는 게 특징. 요철을 부드럽게 머금고 뱉으며 차체 거동도 안정적이다. 특히, 제네시스의 방지턱 넘는 실력은 며느리도 안 알려주는 비법 양념장처럼 우월하다. 그러나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제네시스도 에어 서스펜션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기존 에쿠스엔 있었지만 EQ900부터 빠졌다. 고압의 에어를 쓰기 때문에 당시엔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고, 수리비 부담도 컸다. G90의 승차감은 나무랄 데 없지만, 에어 서스펜션 물린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비교하면 작은 진동들이 눈에 띄는 편이다. 금속 스프링의 한계다. 이를 빼면, G90의 종합완성도는 기대이상 뛰어났다. 단단한 차체 덕분에 고속에서도 든든한 안심감을 준다. 특히 2016년,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선정한 ‘가장 안전한 차’에서 라지 럭셔리 카 부문 3 차종 가운데 G80과 G90가 오른 바 있다. 탑승자 목과 머리, 가슴, 허벅지 등 모든 부위에서 G 등급을 받았고, 지붕이 버틸 수 있는 최대 힘은 약 10t에 달했다. 제네시스 G90. S-클래스가 장악한 F-세그먼트 세단 시장에서, 가장 한국적인 색채로 새 도전장을 던졌다. 그동안 무난한 개성과 보수적인 안팎 모습으로 승부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막내’ G70이 거둔 성과에 제네시스에 관심도 여느 때보다 높다. 과연, G90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도 제네시스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제원표>또렷한 개성 담은 외모
단출한 메뉴판, 전동화 파워트레인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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