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보니 남일 같지 않아서 올려봅니다.
혹시 비슷한 경우가 많으실것 같아서 읽어보시고 걱정을 좀 덜어보세요.
스님의하루
2022.10.7 금요 즉문즉설
“투자 실패로 빚을 진 남편이 원망스러워요”
2022.10.10.
21,874 읽음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벼가 익어서 고개를 숙인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는 150년 된 큰 팽나무가 있는데 윗부분부터 노랗게 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두북 수련원에 스님 몇 분이 찾아와서 함께 머물고 있습니다. 불교계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오래 전부터 스님과 교류를 해오고 있는 분들입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손님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 일찍 손님들을 모시고 경주 남산에 있는 천룡사를 방문했습니다. 스님은 늘 걸어서 올라갔던 길인데, 오늘은 다리가 불편하신 수경스님을 배려하여 발굴팀의 차량 지원을 받아 차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삼층석탑을 참배한 후 부도탑까지 가서 인사를 하고, 정토회가 농사를 짓고 있는 아랫밭부터 시작하여 도량을 크게 둘러본 후 법당을 참배하고 선당에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산속에 이렇게 넓은 평지가 잘 가꾸어져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 “도문큰스님의 원력과 도량의 기운이 참 좋다” 하면서 모두들 감탄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에는 폐교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두북 수련원과 재활용 유통 창고를 둘러본 후 손님들을 배웅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44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이제 가을이 점점 깊어져 갑니다. 이렇게 깊어가는 가을에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가을 소식을 전하면서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투자 실패로 큰 빚을 진 남편이 원망스럽다며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투자 실패로 빚을 진 남편이 원망스러워요
“남편이 대출을 받아서 상가와 오피스텔을 산 것은 본인도 잘 되려고 투자를 한 것이지 노름을 해서 돈을 날린 것은 아니잖아요. 1년 전을 생각해보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주식이 올라서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고 투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영혼까지 끌어서 투자해야 한다는 게 사회적 분위기였어요. 남편은 특별히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사회적으로 봤을 때도 보통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남편의 투자를 반대한 질문자가 오히려 특이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것이 무리한 투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지금은 주가도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고, 코인 가격도 떨어지고, 거기에 금리는 두 배로 오르고 있는 게 사회 현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걸 걱정한다고 해결이 될까요? 이럴 때는 이렇게 관점을 잡아야 합니다.
‘죽는 사람도 있는데, 안 죽고 건강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아파트를 10억 원에 샀는데 7억 원으로 떨어져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현재 시세가 5억 원이라면 5억 원에라도 아파트를 팔고 나머지 빚은 안고 사는 겁니다. 빚은 한 번에 갚을 수 없으니까 조금씩 갚으면서 살 수밖에 없어요.
이 상황에 남편을 원망한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남편을 원망하면 부부관계만 나빠지고, 건강이 좋지 않은 질문자만 병이 듭니다. 원망하고 걱정한다고 빚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아버지 병간호에 집중하지 못해서 후회하고 있지 않습니까? 질문자의 사정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질문자는 지금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남편에게 이 문제 이외에 같이 생활하기 어려운 다른 문제가 있어서 같이 못 살겠다면 이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는 없고 사업이 잘못되거나 직장을 그만두거나 빚이 있다고 해서 같이 못 살겠다고 한다면 질문자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함께 하겠다고 혼인 서약을 한 부부라면 남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고난을 함께할 수 있어야죠. 이미 지나간 일을 갖고 계속 ‘너 때문에 빚졌다’ 하고 원망하면서 살면 부부관계에 갈등만 생기고 나만 병들어 가는 겁니다. 이런 행동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인데, 곱씹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설령 노름하다가 돈을 잃었다 하더라도 털고 일어나야지, 본전 찾으려고 하다가 패가망신하지 않습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부동산 중에 손해를 보더라도 하나를 팔아서 빚을 줄이거나, 둘 다 처분하고 남은 빚을 갚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는 6개월이나 1년 정도의 단기간 내에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경기 침체가 1년 이상 길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자 개인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서 속상하지만, 사회적인 큰 틀에서 보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게 바람직해요? 오르는 게 바람직해요?”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손해가 되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게 바람직하잖아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영토를 잃었으니까 회복할 때까지 끝까지 전쟁을 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내의 러시아인을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금 당장 휴전을 하는 게 좋은 일 아닙니까? 누가 옳고 그른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전쟁이 지속되면 더 많은 사람이 죽게 되고, 러시아가 불리해지면 핵을 사용할 위험이 생기게 되고, 우크라이나가 불리하면 서방이 계속 지원하면서 전쟁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깁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일이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멈춰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야 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3배씩 올랐다고 하지 않습니까. 4억 하던 부동산이 10억으로 올랐었는데 지금 8억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2억 손해가 났다며 울고불고하는 형국이에요. 오를 때는 6억이 올라도 아무 말이 없지 않았습니까. 이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비록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야 정상입니다.
이익을 보려고 투자했지만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투자해서 다 이익만 보면 누가 땀 흘려 일하려고 하겠어요? 모든 사람이 다 투자만 하겠지요. 투자는 손해날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하는 겁니다. 누군가는 투자를 해서 손해를 봐야 누군가는 이익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말이 좋아서 투자라고 부르는 것이지, 솔직히 말해서 투기 아닙니까? 다들 쉽게 돈 벌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농사를 짓거나 일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돈으로 돈을 벌 생각으로 하는 게 투자입니다. 그러니 ‘투기판에 뒤늦게 막차 타고 들어와서 손해를 좀 봤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질문자도 속상하지만 남편은 더 속상할 거예요. 아내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이익 좀 보겠다고 투자했다가 손해만 본 남편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아내에게 체면도 안 서고, 잘못했다고 사과하기는 싫고, 그래서 더 성질을 내는 거예요. 그래서 질문자만 더 억울해지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미 판은 끝났는데 왜 이 상황 때문에 부부가 서로 원수로 지내려고 합니까?
질문자가 남편에게 ‘이제 부동산 다 정리하고 편안하게 살자’라고 아무리 말해도 남편은 미련이 남아서 포기가 안 됩니다. 그걸 남편에게 요구하면 갈등만 커지기 때문에 남편이 알아서 하게 놔두세요. 손해가 나더라도 부부이니까 함께 갚아 나가면 됩니다.”
“남편이 매물로 내어 놓았는데...”
“매물로 내어 놓아서 팔리면 손실이 아닙니다. 1억짜리를 8천에 팔려고 하니까 안 팔리지요. 3천에 내놓으면 금방 팔립니다. 값을 3분의 1로 내리면 곧바로 팔릴 거예요. 값을 더 받으려고 하니까 안 팔리지요.
그러니 남편에게 맡기세요. 살 때도 질문자 모르게 남편이 샀으니까 남편이 물으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당신 알아서 하세요. 나는 투자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당신이 알아서 하시고, 손해를 보면 같이 갚아 나가겠습니다’
이렇게 질문자부터 집착을 내려놓아야 우선 질문자의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살 때도 질문자 말을 안 들었는데, 팔 때는 질문자 말을 듣겠습니까? 아무리 부부라도 파는 것은 질문자의 일이 아닙니다. 투자에 실패해서 손해가 난 상황을 인정하고 남편에게 맡기세요. 남편이 술을 마시고 우울해하면 질문자는 웃으면서 이렇게 격려해 주면 됩니다.
‘돈은 있다 가도 없고, 없다 가도 있는 거잖아. 그래도 몸 안 다치고 건강한 것만 해도 다행이야. 이만한 일에 우울해할 필요 없어. 정 안 되면 나도 돈을 벌어서 같이 갚으면 되잖아’
질문자가 남편보다 더 신경 쓰면서 울고불고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질문자와 같이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합니다만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돈도 잃고, 부부관계도 나빠지고, 본인 건강도 나빠지지 않습니까? 돈만 잃는 것으로 끝나야지, 거기다가 부부관계도 나빠지고, 내가 병들기까지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하나만 잃으면 되는데 왜 세 가지나 잃습니까?
어려울 때일수록 지혜롭게 대응해야 합니다. 좋을 때 잘 지내는 것은 누가 못합니까? 주가 오를 때 주식으로 돈 버는 것은 누가 못 합니까? 누구나 할 수 있죠. 주식이 떨어질 때 어리석은 사람은 본전 생각해서 못 팝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바로 팔아서 손해를 덜 봅니다. 5천 원 손해 볼 것을 2천 원만 손해 보게 했다면 3천 원을 버는 겁니다. 이걸 2천 원 손해 봤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3천 원을 벌었다고 봐야 합니다. 이걸 주식에서는 ‘손절매’라고 합니다. 스님이 이런 말까지 해야겠습니까? (웃음)
주식을 잘하려면 손절매를 잘해야 됩니다. 중생은 집착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이익을 보려고 하다가 망하는 길을 갑니다.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정리를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남편에게 문제를 제기했는데 남편이 내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싸우면 안 됩니다. 남편이 알아서 처리하게 하고 부부 사이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야죠. 하나만 잃어야지 두 개, 세 개, 네 개, 다 잃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질문자는 건강도 안 좋잖아요. 그러니 부동산을 파는 일은 남편에게 맡기는 게 좋겠습니다. 남편이 질문자에게 의견을 물어도 이렇게 대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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