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정비석 선생의 ‘소설 손자병법’을 읽고 한동안 대하소설 작가되는 꿈을 꿨었다. 특히 주인공 오자서의 원한과 복수, 그 허무한 뒤끝은 너무나 장대하고 처연해서 전율이었더랬다.
초나라 사람으로 충신인 오자서는 초왕의 토사구팽으로 온 가족을 잃었다. 그는 복수를 천명하고는 천하를 떠돌다가 약소국 오나라에 터전을 마련했다. 그는 오왕 합려를 모셔서 끝내 초나라를 몰락시켰다. 오자서가 이미 죽은 초왕의 무덤을 파서 유골에 채찍질하면서 우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서글프고 허무한 드라마의 극치. 인생론 그 자체.
옛부터 중국은 복수의 나라였다. 복수에 대한 철학과 지침, 더 나아가 복수의 미학을 다루는 얘기가 많다. 보복의 철학을 담은 고사성어도 숱하다. '위대한 보복'이야 말로 중국 영웅들의 핵심 서사다.
아마 복수에 관한 제일 유명한 고사성어는 군자보구 십년불만(君子報仇 十年不晩)이 아닐까 싶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을 참아도 늦지 않다는 말. 사마천의 사기에 인용된 가장 이상적인 복수 관점을 담은 문장이다. 진정한 군자의 애티튜드는 복수를 위해 인내하며 실력을 닦아 최후의 장렬한 한방을 선사한다는 것. 묵묵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갈고 닦는 모습은 사실 저자 사마천의 인생관 그 자체다. 궁형을 당했던 그는 처절한 굴욕과 울분을 인류사적 대작을 남기는 것으로 승화했다.
이번 월드컵은 ‘군자보구 십년불만’의 최고 사례로 남을 듯 하다. 최악의 숙적 가나와 우르과이가 맞붙은 어제 경기. 두 나라는 12년전 남아공 월드컵 당시 8강전에서도 겨루었다. 우르과이 간판공격수 수아레즈의 뻔뻔스런 핸들링 반칙으로 두 나라는 희비가 갈렸더랬다. 수아레즈는 종료 직전 자기네 골문으로 빨려드는 가나의 슛을 손으로 때려서 막았다.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낯뜨거운 장면. 당연히 그는 퇴장을 당했으나 놀랍게도 가나의 패널티킥 실축과 이후 승부차기 대결로 우르과이가 승리했다. 수아레즈는 승리를 훔쳤다. 그의 포효하는 모습과 가나 선수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은 한편의 예술이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만사 결과로써만 갈음되는 승부의 세계를 다루는. 그 잔인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현실의 진면목이라니.
그간 가나 팀이 우르과이에 얼마나 학을 뗐는지는 이번 경기 막판 장면이 잘 설명해주는 듯 했다. 가나는 2:0으로 지고 있으면서도 노골적으로 경기를 지연하고 볼을 돌렸다. 이기겠다는게 아니라 한골이 급한 우르과이를 어떻게든 물먹이겠다는 심정으로 벌이는 장난극이었다. 종료 3분을 앞두고는 딱히 필요도 없는데 선수교체를 하면서 시간을 소모했다. 살면서 많은 축구경기를 봤지만 지고 있으면서 볼 돌리고 시간 끄는 팀은 처음 봤다.
결국 경기종료와 함께 두 팀은 동반 탈락했다. 트위터를 타고 전파된 가나 국민들 모습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축제의 장이었다. 못된 손 수아레즈가 화면에 잡히면 배꼽 잡으면서 그의 눈물을 닦아주는 시늉하고, 가운데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경기장에서 가나인들은 우르과이 대신 16강에 오른 한국을 응원하며 코레아, 코레아, 목청 높였다.
아도 사랑해요
ㅡㅡb
당시에는 수아레즈도 반칙을 최선으로 생각한겁니다.
퇴장 당했으니, 사과의 명분이 사라졌죠.
페널을 넣지못한 가나 선수가 안타따울 뿐입니다.
얼마나 긴장됐을까요.
아무튼, 가나 입장에서는 한스러운 월드컵,
이번에도 이기지는 못하고 찝찝함을 남기는 월드컵이네요.
당신논리라면 일본이 예전에 사과 했으니 지금은 사과니 배상이니 필요없고 역사왜곡도 내맘이니 상관말라는 왜놈들 논리랑 똑같은거여
중학생 때 정비석 선생의 ‘소설 손자병법’을 읽고 한동안 대하소설 작가되는 꿈을 꿨었다. 특히 주인공 오자서의 원한과 복수, 그 허무한 뒤끝은 너무나 장대하고 처연해서 전율이었더랬다.
초나라 사람으로 충신인 오자서는 초왕의 토사구팽으로 온 가족을 잃었다. 그는 복수를 천명하고는 천하를 떠돌다가 약소국 오나라에 터전을 마련했다. 그는 오왕 합려를 모셔서 끝내 초나라를 몰락시켰다. 오자서가 이미 죽은 초왕의 무덤을 파서 유골에 채찍질하면서 우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서글프고 허무한 드라마의 극치. 인생론 그 자체.
옛부터 중국은 복수의 나라였다. 복수에 대한 철학과 지침, 더 나아가 복수의 미학을 다루는 얘기가 많다. 보복의 철학을 담은 고사성어도 숱하다. '위대한 보복'이야 말로 중국 영웅들의 핵심 서사다.
아마 복수에 관한 제일 유명한 고사성어는 군자보구 십년불만(君子報仇 十年不晩)이 아닐까 싶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을 참아도 늦지 않다는 말. 사마천의 사기에 인용된 가장 이상적인 복수 관점을 담은 문장이다. 진정한 군자의 애티튜드는 복수를 위해 인내하며 실력을 닦아 최후의 장렬한 한방을 선사한다는 것. 묵묵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갈고 닦는 모습은 사실 저자 사마천의 인생관 그 자체다. 궁형을 당했던 그는 처절한 굴욕과 울분을 인류사적 대작을 남기는 것으로 승화했다.
이번 월드컵은 ‘군자보구 십년불만’의 최고 사례로 남을 듯 하다. 최악의 숙적 가나와 우르과이가 맞붙은 어제 경기. 두 나라는 12년전 남아공 월드컵 당시 8강전에서도 겨루었다. 우르과이 간판공격수 수아레즈의 뻔뻔스런 핸들링 반칙으로 두 나라는 희비가 갈렸더랬다. 수아레즈는 종료 직전 자기네 골문으로 빨려드는 가나의 슛을 손으로 때려서 막았다.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낯뜨거운 장면. 당연히 그는 퇴장을 당했으나 놀랍게도 가나의 패널티킥 실축과 이후 승부차기 대결로 우르과이가 승리했다. 수아레즈는 승리를 훔쳤다. 그의 포효하는 모습과 가나 선수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은 한편의 예술이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만사 결과로써만 갈음되는 승부의 세계를 다루는. 그 잔인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현실의 진면목이라니.
그간 가나 팀이 우르과이에 얼마나 학을 뗐는지는 이번 경기 막판 장면이 잘 설명해주는 듯 했다. 가나는 2:0으로 지고 있으면서도 노골적으로 경기를 지연하고 볼을 돌렸다. 이기겠다는게 아니라 한골이 급한 우르과이를 어떻게든 물먹이겠다는 심정으로 벌이는 장난극이었다. 종료 3분을 앞두고는 딱히 필요도 없는데 선수교체를 하면서 시간을 소모했다. 살면서 많은 축구경기를 봤지만 지고 있으면서 볼 돌리고 시간 끄는 팀은 처음 봤다.
결국 경기종료와 함께 두 팀은 동반 탈락했다. 트위터를 타고 전파된 가나 국민들 모습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축제의 장이었다. 못된 손 수아레즈가 화면에 잡히면 배꼽 잡으면서 그의 눈물을 닦아주는 시늉하고, 가운데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경기장에서 가나인들은 우르과이 대신 16강에 오른 한국을 응원하며 코레아, 코레아, 목청 높였다.
남아공 때의 원한을 갚는데 ‘검은 군자들’은 꼭 12년이 걸렸다. /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짧은글에 역사로부터 현존 에 오기까지? 대서사시적 느낌을 단박에 함축시킴은? ㅎㄷㄷ~~, 나만 느낀겨?
횽~~ 굥 에 대해서도 한말씀 부탁요~~^
'나쁜 짓 하면 12년 후에도 죄 받는다'
용산부부 잘 보고 있냐?
13번째 선수 날강두
감사합니다...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지옥의H조
사과나 해라 말종아
우리만큼 절실하게 경기에 임한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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