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페라리 오너다.
나의 사랑 페라리.
그동안 페라리를 갖기 위해 별별 일을 다 해봤다.
내 뛰어난 운전스킬을 미루어 볼 때에, 나에게 어울리는 차는 페라리이기 때문에 나는 페라리만을 위해 살았다.
그리고, 이제 그 페라리가 내 소유가 됐다.
나는 페라리 오너다.
지금껏, 다른 사람의 페라리를 보면서 선망의 눈빛을 흘깃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사람이 부러운 것도 있었지만,
페라리가 나를 보며 왜 자기를 가지지 못하느냐고. 이 못난 남자. 이러는 것 같았기에 더욱 속이 쓰렸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페라리 오너다.
출고하는 날 너무나도 설레였다. 분명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내가 즐겨듣는 음악도 더욱 멋지게 들리겠지.
이제 남부러울 것 없다. 이제 난 페라리 오너가 됐으니깐.
모델이 뭐냐고?
그래. 남들 다 사는 458 이탈리아나, 그래도 가격이 조금 저렴한 360이나, 430 쯤 사는 줄 알거야.
하지만, 내 페라리는 다르다. 정말 너무나도 특별한 페라리다.
후훗. 내가 흔한 458이나 샀을 것 같았어? 남자의 페라리라면, 이런 F1 모델은 타줘야 하지 않아?
정말 너무나도 깔끔한 탁송이다. 이것은 페라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탁송방법이다.
감동이다.
새빨간 바디는 보드라운 홍시를 한입 배어물고 나올법한 강렬한 색상이다.
페라리가 특허를 따로 신청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건 페라리만의 컬러다.
페라리 F138 의 스티어링 휠.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너무나도 간촐해 보인다. 하긴. 이 녀석은 달리는 녀석이니깐.
편의사양따윈 필요없다.
이제 나는 미친듯이 달리는 일만 남은 거다.
저 엄청난 카본바디와 리어 스포일러를 봐라. 미치겠지?
게다가, 역시나 F1 머신답게 피렐리 타이어가 꼽혀있다.
P ZERO
타이어값이 걱정이지만, 뭐 안되면 조금 저렴한 타이어라도 끼우면 될거다.
괜찮다. 나의 페라리는 그정도 쯤이야 이해해 줄 것이다.
페라리니깐.
프론트 윙도 공기역학을 위해, 오직 달리기만을 위해 생겨먹었다.
다행히 2014년도에 바뀐 거시기 모양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역시나 페라리 답게, 연비는 무시 못할 정도다. 이해한다.
페라리니깐.
빠르게 달리는 만큼 연비가 안 좋은 것은 이해해 줘야지.
유지비가 걱정이지만, 괜찮다. 야간에 대리운전이란 편의점 알바 하면 유지는 어느정도 할 수 있겠지.
근데, 페라리가 출고하면서 타이어에 바람을 잘 안넣어준 듯 하다.
조만간 피렐리 매장 가서 공기압 체크를 좀 해야겠다.
잠깐 달렸더니, 타이어 마모가 상당하다. 역시 F1 머신. 역시 페라리 답다. 출력이 넘치니...
나의 페라리에는 알론소가 탔다.
아쉽게도 여자를 태울 수 없다. 여자를 꼬실 순 있지만, 여자를 태우고 갈 수 없는 구조.. 아쉽지만, 난 그런 나쁜 남자다.
난 페라리와 사랑에 빠진 남자니깐.
황소떼가 와도 두렵지 않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내차는 페라리니깐.
논밭에서 농사짓는 소가 와도 나는 히히힝 거리며 달릴거다.
훗. 대관령 한우... 날 보며 놀라겠지?
피렐리 콘돔이네 뭐네 하면서, 피렐리 타이어가 약하다고 하겠지만, F1 공식 타이어다. 지네들도 다른 타이어가 좋다면, 다른 타이어 회사를 연결했겠지. 어쨌거나, 최고의 타이어다.
특히, 나의 페라리에 들어간 타이어는 거의 지우개 수준이라 그립력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페라리의 출력이 좀 높아야 말이지.
봐라. 가만히 있어도, 휠스핀이 어마어마하다.
출발할 때, 잠깐 찍어봤는데 순간적인 토크가 정말 넘쳐난다.
페라리니깐.
나는 페라리 오너다.
이제 본격적인 출격을 한번 해볼 타임이다.
신차 출고하면서 틴팅해줄 유리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블랙박스도 못 달고..
타이어와 얼라이먼트를 체크해야겠다.
이제 도로는 나의 것이다.
나는 페라리 오너니깐.
집 앞에서부터 풀악셀로 조졌다. 타이어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출력이 너무 높다는 것은 까먹은 채, 4거리 앞 신호대기하다가 풀악셀을 했는데 차가 똑바로 나가지 못한다.
피렐리 타이어를 장착했는데도 말이다.
잠시, 멈칫했지만 주변의 차량들은 말이 없다.
내가 멋진 드라이빙 스킬을 구사한 줄 알거다. 하지만, 엄연히 나의 컨트롤 미스였다.
지나가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아리따운 검정스타킹의 여자가 쳐다본다. 난 한번 씩 웃어줬다.
'네가 탈 자리는 없어. 나와 페라리만의 사랑이다'
라며 속으로 아쉽지만, 그 여자를 뒤로 한채 또 다시 풀악셀을 시전한다.
사람들이 쳐다본다.
그 부러워하는 눈빛. 맘껏 느낄거다. 내가 부러워했었으니.
고RPM 을 사용하면서 방문한 곳은
용인에 새롭게 오픈한 피렐리 타이어 매장이다.
피렐리 타이어 점검도 받을 겸, 여기 얼라이먼트 장비가 정말 좋고, 발란스 잘 나온다길래 고민할 것 없이 왔다.
역시나 나의 F1 머신... 페라리를 보고 다들 넋이 나간다.
다들 나의 페라리는 운전해본적도 없었겠지. 다들 부담스러워 하길래, 내가 직접 차를 운전해야만 하는 불편함 쯤이야 감수해야 한다.
나는 페라리 오너니깐.
역시나 페라리는 아름답다.
피렐리 매장의 직원이 나를 쳐다본다.
그러고서는 왜 왔느냐 묻는다.
그리고 나는 손가락으로 최대한 거만하게 가르키며 말했다.
"피렐리 타이어니깐, 공기압 체크하고, 얼라이 봐주세요"
직원은 표정은 넋이 나간 표정이다.
당연하지. 언제 F1 머신을 만져봤겠는가.
훗.
이 거만함. 한참 누리리라.
피렐리 타이어 직원이 뭘 어쩔줄 몰라하길래, 잠시 나의 페라리와 함께 후까시를 좀 줬다.
그러고 보면, 페라리와 피렐리는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초성만 놓고 봐도,
ㅍㄹㄹ/ㅍㄹㄹ
똑같지 않은가.
나 스스로 나의 뛰어난 센스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여전히 피렐리 타이어 직원이 날 쳐다보기만 한다.
나 : 타이어 좀 봐달라고
직원 : 네??
나 : 나 피렐리 쓰고 있단 말입니다. 타이어 좀 봐달라고.
직원 : (표정이 어리둥절하다.분명, 해본적 없겠지)
나 : 여기 타이어에 피렐리 딱허니 적혀있는거 보이지?
직원 : 아. 네 보이죠.
나 : 여기 피렐리 용인점에 F1 타이어 있다는 거 다 알고 왔어요.
직원 : 아...
말을 끊으면서
나 : 가격 안 깎을게요.
역시나 나는 페라리를 탈 자격이 있는 남자다.
잠시 뒤에는 아우디 R8 LMS 경주차가 왔더라.
훗. 여기 피렐리 용인이 유명하긴 하군.
근데, 미쉐린 끼워져 있더라..
잘 못 따라오네..
시승기는 무조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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