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보도 기자 “고소로 언론 압박하는 정치인에 경종 울리길”
지역 사업가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봉투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정우택 전 국회부의장에게 무고 혐의가 추가됐다. 정 전 부의장이 돈봉투 의혹을 처음 보도한 기자들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했는데, 경찰은 정 전 부의장이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허위 고소를 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해당 기자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앞서 뉴스타파는 충북 지역 독립 언론 ‘충북인뉴스’와 함께 정우택 전 부의장의 돈봉투 수수 정황인 담긴 통화녹음 파일 수십 건을 입수해 연속 보도했다. ‘충북인뉴스’는 지난 2월 정우택 전 부의장이 사업가 A 씨로부터 직접 돈봉투를 받는 CCTV 영상을 최초 보도한 곳이다. 당시 정 전 부의장은 충북인뉴스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 따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며 22대 총선 완주를 감행했다. 하지만 충북인뉴스와 뉴스타파의 <정우택 녹음파일> 연속 보도 이후 공천 취소됐고, 이후 경찰 수사를 받았다.
※ 관련기사 : 정우택 녹음파일① “돈 돌려받았다고 인터뷰해라”... 사업가 회유, 언론공작 의혹
‘가짜뉴스’라며 기자 고소했던 정우택 전 국회부의장
충청북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0일 정 전 부의장에 대해 무고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4일에는 정 전 부의장을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를 말한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정 전 부의장이 돈봉투를 실제로 받았는데도 오히려 기자들을 형사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한 것은 무고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무고 혐의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정 전 부의장은 지난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청주 상당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전후로 지역의 한 사업가 A 씨로부터 수백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정우택 돈봉투 의혹’이다. 이는 지난 2월 14일 충북인뉴스가 금품 수수 장면이 담긴 CCTV와 금품 내역이 적힌 메모장을 보도하면서 세상에 처음 드러났다.
당시 22대 총선에 출마한 정 전 부의장은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청주 상당 지역 6선에 도전하고 있었다. 돈봉투 의혹이 불거지자 가짜뉴스라며 전면 부인했다. 정 전 부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A 씨에게 받은 돈봉투는 돌아 나오며 바로 돌려주며 후원 계좌를 통해 후원하라고 했다”며 “ 이를 보도한 뉴스는 가짜뉴스고,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전 부의장은 충북인뉴스 기자와 같은 날, 같은 내용을 보도했던 MBC충북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맞서 충북인뉴스 기자는 지난 5월, 정 전 부의장을 무고로 고소했다. 무고죄는 피해자의 신고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기자가 직접 정 전 부의장을 고소해 사법적 판단을 받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경찰은 정 전 부의장의 무고 혐의를 인정했고, 기자 2명에 대해선 허위 보도가 아니라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앞서 정 전 부의장은 이들 언론을 상대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이의신청도 했지만 기각됐다. 충북인뉴스를 상대로 한 언론론중재신청은 결렬됐고, MBC충북을 상대로 낸 언론중재 신청도 모두 기각됐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정우택 돈봉투 CCTV 영상 보도를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전 부의장을 무고 혐의로 고소한 충북인뉴스 김남균 편집국장은 이번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우택 감싸려 가짜뉴스 퍼트린 한동훈 대표도 사과해야”
정우택 전 부의장은 그동안 자신에게 제기됐던 모든 의혹에 사법적인 고소를 남발했던 정치인이다. 이번에는 자신이 돈봉투를 받는 영상 증거가 있는데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하면서 뒤에선 제보자를 회유하기까지 했다. 이런 뻔뻔한 행태에 이제라도 책임을 지울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번 수사 결과가 고소장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치인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김남균 / 충북인뉴스 편집국장(돈봉투 의혹 최초 보도 기자)
지난 총선 과정에서 정우택 전 부의장만 돈봉투 의혹을 가짜뉴스로 매도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비대위원장 시절, 정 전 부의장의 선거운동을 도우며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일방적인 주장이 있다고 해서 그 주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어떤 후보를 배제한다라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정우택 후보 같은 경우는 당초 그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이 말이 계속 바뀌고 있잖아요? 그리고 처음에 그 보도를 했던 곳이 정정, 아마 보도를 삭제한 것 같은데 문제가 있으니까 삭제한 거겠죠?
- 한동훈 /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2024.3.5.)
하지만 처음 보도를 했던 충북인뉴스는 기사를 정정한 적도, 삭제한 적도 없다. 충북인뉴스는 지난 3월, 한동훈 대표의 거짓말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한 대표는 아직 아무런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편집국장은 “한동훈 대표는 정 전 부의장을 감싸기 위해 총선 과정에서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공식입장문을 내고 사과를 요구했는데 아직 일언반구 언급한 게 없다. 한 대표는 지금이라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던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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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 4번째)은 충북 청주를 찾아 정우택 후보(왼쪽 4번째)를 지원 유세했다. (출처:충북인뉴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이 가짜뉴스까지 유포하며 감싸고 돌았던 정 전 부의장은 결국 뉴스타파와 충북인뉴스의 '정우택 녹음파일' 공동 보도 닷새 만인 지난 3월 14일 공천을 취소됐다. 뉴스타파와 충북인뉴스는 공천 취소뿐만 아니라 당시 국회부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인 만큼 국민의힘의 당무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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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정우택 전 부의장과 한동훈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연결이 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공보실에도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현재 ‘정우택 돈봉투 의혹’ 관련,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람은 모두 6명이다. 정우택 전 부의장과 그의 보좌관 2명은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등의 혐의, 사업가 A 씨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사업가 A 씨의 변호사비 대납을 약속한 윤갑근 변호사(정우택 전 부의장과 지역구 경선을 벌였던 국민의힘 총선 후보자)와 변호사비를 전달한 이필용 전 음성군수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위반 등의 혐의로 송치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청주지방검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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