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이것 한 알 드세요. 여자들 술잔에 다른 것을 넣으면 다 해결됩니다.”
이모(45)씨는 지난해 6월 15일 저녁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식당에서 초등학교 후배인 류모(44)씨의 주선으로 처음 보는 20대 여성 2명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됐다. 이 자리에서 류씨는 이씨에게 비아그라를 건넸다. 여성들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성관계를 하자는 속셈이었다.
류씨는 여성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른바 ‘물뽕’이라고 불리는 최음제를 여성들의 술잔에 흰 가루를 섞었다.
술을 마신 여성들이 스킨십을 하자 이씨는 약의 효과를 믿게 됐다. 하지만 류씨가 탄 흰 가루의 실체는 설탕이었다.
이들은 술자리를 마무리한 뒤 전남 순천의 한 체육공원 인근까지 드라이브를 했다. 류씨는 “바람쐬러 가자”며 여성 한 명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고 이씨는 남은 여성 한 명과 차 안에서 성관계를 했다. 다시 나타난 류씨는 자신의 파트너와 성관계를 갖지 못했다며 이씨에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한 뒤 차에 있던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이 역시 두 사람의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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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 이씨는 여성들의 지인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협박을 받게 됐다. 자신이 차 안에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것이었다.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것은 내가 아니라 류씨”라고 해명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고민하던 이씨는 류씨에게 이 문제를 털어놓았다. 류씨는 ”잘 아는 경찰이 있다.”며 이씨를 전남 영암의 한 파출소로 데려갔다.
”이런 일은 특수강간에 해당됩니다. 사건화되면 합의는 합의대로 하고 징역은 징역대로 살게 되니 차라리 경찰서에 가기 전에 직접 잘 해결하세요”
경찰의 조언을 받은 이씨는 결국 여성들에게 5000만원을 합의금으로 건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류씨와 여자들이 한통속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이씨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주범인 류씨를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상담을 해줬다는 경찰을 포함, 7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경찰이 류씨로부터 사전에 부탁을 받고 상담을 해줬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다.
류씨는 조사 과정에서 경찰에게 “300만원을 줬다”고 말했지만 이후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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