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모두들 말한다
내가 잘났다, 내가 대단하다
하지만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
자기 객관화도 덜된
하룻강아지일 뿐이다
나이가 들어도, 오십이 넘어도
부모의 눈엔 여전히 아이일 뿐
“엄마 나 잘했죠?”
“아빠 나 잘났죠?”
자식의 자랑도, 성공도
그저 재롱일 뿐
시장 어귀에 하품하는
한낱 강아지일 뿐이다
부모는 자식이 모자라도
말을 아낀다
말해 무엇하리
사회에서 성공한 자식은
부모 앞에서 투정하듯
“왜 그렇게 느려요?”
“왜 가르쳐줘도 까먹어요?”
어릴 적 반찬 투정하던 그때처럼
나이 들어 메모지를 손에 쥐어줘도
보이지 않고, 기억나지 않는다
눈은 흐릿하고
허리와 다리는 파스 냄새로 가득하고
강아지 같은 손주는
냄새가 싫다며 오지도 않는다
자식은 투덜거린다
병원이나 가라며
어릴 적 목마 태워주던 기억
맛있다고 웃던 그 웃음
성공한들 무엇하리
늙은 부모는 집안 구석에 앉아
그저 집을 지키는 강아지일 뿐이다
느리다며 핀잔받고
모든 것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즐길 틈도 없고 맛도 낯설다
내가 기억하는 아들딸은
이런 모습이 아닌데
아직도 모자라게
크기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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