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재판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주원이가 저 세상으로 가고 인간에 대한 깊은 절망감에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학교로 찾아가고 경찰을 만나고 서울시교육청을 찾아다니고 인권위와 신문고를 두드리며 제 앞에 서있던 철벽을 마주하며 느낀 깊은 좌절감
이 국가가 만든 시스템 속에서 한 어린 생명이 무참하게 스러져 갔는데 그 누구도, 그 어디에서도 진심으로 봐라봐주지 않는 것들.
내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살펴봐야 했습니다. 제가 당한 학폭피해 이전 아주 오래전부터 먼저 피해를 당하고 공권력과 싸워오신 수많은 학폭 피해자들을 만나 그 처절한 상처들을 대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모임을 만들고 길게 소통하면서 그분들이 저보다 먼저 당한 일들을 낱낱이 들었습니다.
거긴엔 또 다른 죽음이 있었고 가정파괴가 있었습니다. 폐인되는게 종래 얻는 결과였지요. 아무리 학교가 학폭위로 밟고 서울시 재심, 세종시 행심이 또 밟고 지칠대로 지쳐서 법원으로 가면 다시 무참하게 박살나는 그 초라한 결과들을 보며 나는 이 싸움을 어떻게 해야하나 깊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이 싸움을 한들 내 딸 주원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국가가 만든 시스템이란게 고작 피해자들만 지쳐서 나가 떨어지게 만든다는걸 너무도 잘 아는데 한번 시작하면 최소 10년에 그이상으로 걸리며 나는 그안에서 갈갈이 찢겨나갈게 분명한데 왜 이 싸움을 해야하는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러다 결심했지요. 이 싸움을 한다면 수도 없이 죽고 싶을만큼 나락과 고통의 롤러코스터를 감수해야 한다고 해도 난 엄마니까 엄마니까 세상이 절대로 이래선 안되는거 아니냐고 따져 물어야 한다. 그래야 학폭에 의한 또 다른 죽음을 막고 나 또한 포기라는 모멸감에 빠져 칼날을 내 자신과 살아남은 우리에게 돌리지 않을 수 있다 였습니다. 그래야 산다. 모두가 산다.
나 죽어 주원이를 만나면 엄마가 부끄럽지 않게 살다 왔노라고 말할수있어야 한다고
공권력들이 아무리 지들 챙기기만 급급해도, 정치인들이 쇼질만 해도, 더이상 피해자들만 죽어나가는 세상에서 나조차 침묵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는 없다.
그렇게 올해로 9년째 입니다.
법이 있어도 할 수 없는 그래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법과 정치인들 그것을 목도한 세월속에서 요며칠 극심한 몸살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는 이 재판의 끝이 어떨지 알기에 두려움이 밀려들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는데 다시 또 어떻게 어떤 싸움을 해야할지 막막해서 지레 병이 났습니다.
나는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세월이 흘렀으니 언론에서 학폭에 대해 그렇게나 많이 떠드니 이제는 사람들이 학폭의 폐해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겠지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절대 아니였어요.
아직도 사람들은 너무나 모르더군요. 학폭으로 무너진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이 사회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살아도 산 것이 아닌채로 안개처럼 소리소문없이 스러져간다는 것을요.
이슈만 있고 세상은 더 잔인해지고 갈수록 더 아무 관심도 없네요.
탄원서 서명 요청을 올려두고 더 병이나는 이유는 인터넷 여기저기 게시판에 주원이가 당한, 제가 당한 사건이 올려져 있고 조회수가 10만, 20만을 넘어 베스트 1위 글이 되고 댓글들이 수천개는 되지만 탄원서 서명은 천명도 안되는 현실과 잘못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하는데 그게 전혀 없어서 그럽니다.
학교폭력에 대해 언론이 아무리 떠들어도 현장은 여전히 변화없는 지옥이고 국가가 있는데 왜 피해자들은 끝까지 피해자로 남아야 하며 소모되야만 하는지 답답해서 그럽니다.
[학교폭력 피해자 변호사 권경애 '재판 노쇼'. 손해배상소송 탄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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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분이현재 해주셨는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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