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은 일을 바라고 있던 상황에서, 가장 나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나라가 쿠데타를 당했습니다.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날들은 이제 끝났습니다.
끝나면 안 되는 것들을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싸워서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
크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또 그대로 다시 싸울 수밖에 없네요.
저놈들을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데리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외과용 칼을 잡았던 이 손에는 이미 피를 묻힌 적도 있으니까요.
우선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만약 제가 죽든, 무슨 일이 생기든 어머니는 저를 자랑해 주세요.
마음고생 너무 많이 하지 마시고요.
저의 죽음이 국가의 주권, 국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다가 죽은 것이니
제가 죽어도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마세요.
할머니께도 말씀드립니다. 할머니가 사랑하는 이 손자의 용기(피)는 아주 붉습니다.
만약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이 손자를 다시 돌보아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아버지! 아버지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아버지와의 사이에 있었던
부자간의 정을 기억하고 가겠습니다. 인연이 더 있으면 다시 만나겠지요.
누나와 매형은 아이를 하나 가지세요. 힘내세요.
그리고 삼촌 가족도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모네 가족은 딱 두 분이지만 화목하고 서로 싸우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 빠욱(U Pouk) 아저씨와 지(Gyi) 아주머니께도 제 안부를 전달해 주세요.
건강하시고,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고 잘 사시라고요.
내 친구들! 친구들을 위해 할 얘기는 많지는 않네.
우리가 삶에서 같이했던 추억들을 친구들이 기억해 주겠지.
잊어버려도 상관은 없지만…
그리고 내 사랑하는 당신!
이번 생에서 그대와 만난 것이 내 삶의 최고의 일 중 하나였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과 함께한 모든 순간을 마음에 품고 갈 거요.
이렇게 떠나게 되는 것을 이해해주고, 자랑스러워 해줄 거라고 믿어요.
우리가 같이 지낸 시간은 아주 적었고, 인연이 닿는다면 결혼할 수도 있겠지요.
마지막으로 같이 싸웠던 친구들아!
그대들은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싸우기 바란다.
국민의 주권을 되돌려 찾는 그때 이 싸움을 멈추라고 말하겠다.
먼저 떠나게 되어서 미안하다.
군사독재는 패망할 것이다! 국민의 주권이여! 영원하라!”
2017년 8월30일 만달레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19년 3월부터 핀우린종합병원의 외과의사로 재직하고 있던 ‘티하 띤 툰’ 는
미얀마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기 전 어머니께 편지를 남기고
지난 3월 27일 군부의 총격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오늘 한국은 419 혁명 61주년입니다
미얀마에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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