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전역하고 과선배의 요청으로 ㅅㅇ라는 결혼정보회사에서 데이터베이스 구축작업을 하고 있던 중.
ㅅㅁ여대 다니는 21살 밖에 안 된 딸을 회원으로 등록시키러 온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 당시 매칭결과를 최적화시키기 위해 설문문항을 조정 중이어서 아주머니와 심층면접을 하게 되었다.
나) 따님이 아직 21살 밖에 안 되었는데 굳이 이런 결혼시장에 이른 상장을 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아주머니(이하 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호가가 좋을 때, 치울 계획이야.
나) 혹시 따님 배우자가 이러한 점은 피했으면 하는 게 있나요?
아) 음... 일단 강원도 출신은 아니면 좋겠고... 왜... 좀 사람들이 교양도 없고 무식하기도 하고... 그렇잖아.
나) 네... 또요?
아) 음... (혈액형이) B형은 아니었으면 좋겠고...
나) B형은 왜요?
아) 아... 왜 B형들이 바람둥이인데다가 변태기질이 있다잖아...
나) 네... 또 다른 건요?
아) 곱슬머리가 아니면 좋겠어... 고집세다잖아... 참 옥니도 아니면 좋겠네.
나) 또 다른 건요?
아) 최씨도 아니면 좋겠어. 최씨 고집 장난 아니라잖아.
나) 고집으로 따지면 안, 강, 최씨인데...
아) 그 성씨들도 다 아니면 좋겠어.
나) 네...
아) 그나저나 총각은 몇 살이야? 내 잘 아는 아가씨가 총각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래.
나) 저 26살입니다. 헌데... 소개하시면 원망 들으실 수도 있을 것같습니다.
아) 왜? 멀끔하니 보기도 좋구만...
나) 제가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 다섯 가지 피해야할 사항 중에 네 가지나 갖고 있어서요... 제가 강원도 출신인데다 최씨이고 혈액형은 B형이고 곱슬머리거든요...
아) ...
나) ...다행하게도 옥니는 아니네요.
아) 미안해요. 총각...
황급히 면접은 끝나고 아주머니는 연신 사과를 하셨다.
해서... 나는 늘 아내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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