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개발이 시작되어 동네는 늘 공사장 소음으로 가득했던 78년 서울 변두리.
부서진 적벽돌 조각을 곱게 빻아 고추가루 삼고,
꺾은 민들레 줄기의 흰 점액을 풀,
잎을 잘게 저며 배춧잎 삼아 김장을 담그던 5살 첫 여자친구가 생각난다.
맨날 쳐맞고 돌아다니는 나를 못마땅해 하며 때린 형들과 돌맹이며 흙을 던지며 대신 싸운...
한글도 못 떼 동화책도 못 읽던 나에게 회초리 들고 한 글자씩 주입 교육하던 무섭던 그 아이.
어느 무덥던 여름 놀러간 친척집 대청 구석에 놓인 박카스 병에 든 농약과 함께 돌아올 수 없는 먼 여행을 떠나고
나에게 첫 상실의 슬픔과 허무를 알려준 그 아이.
그런 7살 내가 불쌍하다고
반지하 집에 불러 석유곤로에 계란프라이 하고 라면 삶아 주며 힘내라던 2학년이던 누나들.
고무줄할 때마다 날 불러 줄 잡고 앉아 있으라던
그 누나들은...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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