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얘기가 나오니 보고싶은 녀석이 생각나네요.
95년도쯤에 엄마가 3살쯤 되는 남자 아이를 돌봐주신적이 있었습니다.
무슨 사정인지 이름도 나이도 모르고 맡았고. 당일 한번인가 아이 엄마가 저녁에 왔다가 이후 연락도 안되서 졸지에 동생 하나 생겨서 같이 살았습니다.
너무 말도 없고 얌전해서 여러곳을 다니면서 눈칫밥을 좀 먹었나보다 생각했었죠.
이름이 뭐냐라고 물어보니 '번수'라고 짧게 대답하길래 이름이 범수라고 짐작하게 됐습니다.
같이 생활하면서 점점 여느 3살 아이와 같이 말썽도 부리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아이, 우리 식구였습니다.
석달여만에 갑자기 범수 엄마랑 할머니랑 같이 와서 데려갔는데
범수가 안가려고 울고불고 하는통에 집안이 울음바다였었네요.
엄마가 일부러 안하셨는지, 연락이 안됐던건지 이후엔 다시 소식도 들을 수 없었고. 아이돌봄은 그 애가 마지막 이었습니다.
같이 살던 인천 숭의동집은 다른 건물이 올라가서 흔적이 없어졌네요.
엄마가 뭐라 부르게 할까 고민하시다 어머니라 불러라 하셨었는데 3살짜리 꼬마애가 '어머니 어머니' 하면서 따르니 주변에서도 참 귀여워 하고 예뻐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스물아홉, 서른쯤 됐겠네요.
혹시라도 그녀석이 그 때 기억이 난다면 좋은 기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석달여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이 웃으며 행복했었고,
지금도 가끔 범수 얘기를 하면서 보고 싶어합니다 내 동생... 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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