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를 방불케하는 거대한 규모
흔히 항공모함을 '떠 있는 항공기지'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현대 항공모함은 항공기지 이상의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으로 정확히 항공모함을 표현했다고 하기는 어렵지요. 평시의 항공모함은 타국을 자극하지 않는 공해상이나 자국의 영해 내를 항해하면서 훈련을 계속하고, 때로는 우방국가의 항구를 친선 방문하여 함내의 넓은 공간에 방문국의 귀빈을 초청해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단 분쟁해역으로의 출동명령을 받게 되면, 항공모함은 그 모습을 돌변하게 됩니다. 놀고먹는 파티장이었던 격납고에서는 각종 함재기의 정비가 밤낮없이 수행되고, 제한된 함내 공간에 어떻게 더 많은 항공기를 탑재하느냐가 항공모함 승조원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게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항공기를 많이 탑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많은 항공기를 필요에 따라 수시로 출격시킬 수 있느냐의 기술적인 능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다년간의 경험이 축적되어야 비로소 가능하지요.
항공모함의 전투력은 항공모함 1척만으로서 발휘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특히 현대 항공모함의 대공 방어능력은 일반적으로 극히 빈약하지만, 그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러시아 항공모함 뿐이며, 러시아 해군의 항공모함은 타국 해군의 그것과는 달리 대공전투는 물론이고 대함/대잠 전투에서도 상당한 자체무장을 갖고 있습니다. 대공 및 대잠작전에는 항공모함 주위에 배치된 순양함, 구축함, 프리깃함, 때로는 공격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에 탑재된 전투기, 대잠기, 구축함에 탑재된 헬리콥터, 육상기지에서 발진한 전투기와 장거리 대잠기 등이 사용됩니다.
이러한 전력은 방어뿐만 아니라 당연히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한 공격전력도 됩니다. 완전한 항공모함 함대를 구성하는데 얼마나 막대한 국방비가 소요되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항공모함의 임무는 탑재한 항공기에 의해 좌우됩니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해군 항공모함은 함대 방공전투기, 전투공격기, 조기경보기, 전자방해로부터 전자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는 전자전기, 정찰기, 대잠기 및 대잠 헬리콥터 등을 탑재하고 있어, 모든 임무에 대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 기종의 항공기를 탑재하려면, 당연히 이와 관련된 장비를 함상에 구비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전투기라면 화력 제어장치, 조기경보기라면 고성능 레이더와 컴퓨터, 대잠기는 각종 대잠 전자장비와 컴퓨터 등에 관한 고도의 전자기기 정비기술이 필요하게 됩니다. 물론 함재기에는 각종 미사일, 폭탄, 어뢰 등의 무기가 장비되기 때문에 이들의 정비, 유지능력도 필요하고,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항공모함의 경우는 또 까다로운 핵무기를 보관해야만 하며, 사소한 것이지만 함재기 승무원이 착용하는 각종 장구도 정비, 유지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항공모함은 거대한 배이면서 항공기는 물론이고 전자장비, 미사일, 폭탄, 어뢰, 기관포탄에서 구명장구까지를 유지하는 일대 보급기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해군의 항공모함은 하나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니미츠 (Nimitz)급 원자력 항공모함을 예로 들면, 약 90대의 각종 항공기가 탑재되고 그 승무원만도 160명 이상이 됩니다. 물론 각 항공부대에는 보유기 좌석수 이상의 예비승무원이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항공모함 항공단에 소속된 장교수는 약 300명에 이르게 되지요. 항공기 운용에 필요한 함상의 정비사는 현대적 최첨단장비로 인해 상당한 수가 거주하고 있으며, 항공단에 소속된 하사관 및 사병은 2,300명이 넘으며, 항공모함 자체를 운용하기 위한 승조원은 장교 약 150명, 하사관 및 사병 2,900명, 도합 항공모함 1척에 타고 있는 인원은 약 5,500명 이상이 되는 셈 입니다.
하나의 군사도시라고 할 수 있는 항공모함에는 개인이 함내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일용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미해군 항공모함의 거대함을 나타내주는 바로미터로서 하루에 소비되는 식료품의 양이 주로 거론되는데, 1992년에 퇴역한 미해군 항공모함으로 비교적 소형에 속하는 미드웨이 (Midway)급 항공모함의 예를 들면, 4,400명의 승조원이 하루에 빵 1,000개 이상, 야채 2,300kg, 육류 2,100kg, 건조식품 9,000kg, 감자 1,400kg을 소비하며, 저장능력도 엄청나서 건조식품 700t, 야채 100t, 육류 110t 등을 저장한다고 합니다. 함내에서는 하루에 약 100만 리터 이상의 음료수도 생산하며, 항공모함 자체에서 발전 가능한 전기의 양은 인구 100만의 도시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의 양에 해당됩니다. 더불어 함내에는 병원부터 우체국, 세탁소, 매점, TV방송국까지 모든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고 하네요.
▲ 사출장치 (Catapult)
중량이 무거운 현대식 함재기 (전투기, 전투공격기, 대잠기, 전자전기 등의 고정익기)가 항공모함의 비행갑판에서 발진하기 위해서는 항공모함의 사출장치가 반드시 사용됩니다. 항공기가 뜨기 위해서는 양력(揚力)을 필요로 하며, 양력은 속도에 의해 주날개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위해 항공기는 정지상태로부터 최소속도 (실속속도의 1.2배 내지 그 이상의 속도)까지 활주를 통해 가속해야 합니다. 그러나 길이가 불과 300m 정도의 항공모함 갑판에서는 자체추력에 의한 활주에 의해 필요한 부양속도에 이를 수가 없으며, 더구나 비행갑판 중 발진에 사용되는 부분은 전체길이의 1/3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출장치를 사용해 단거리 내에서 급가속을 시켜야만 하는 것 입니다.
최대속도가 마하2 이상의 F-14나 F/A-18과 같은 함재기도 비행갑판 상에서의 속도는 0km/h 입니다. F-14 전투기가 미사일과 기관포탄, 연료 등을 만재한 총 중량은 약 33t인데, 이 33t의 무게를 갖는 항공기를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사출장치는 90m의 거리에서 시속 255km/h (135노트)로 급가속 시켜주며, 더구나 함재기를 발진시키는 항공모함은 약 30노트의 속도로 풍상쪽을 향해 항진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대기속도가 더 커지게 됩니다.
과거에는 화약식, 유압식의 사출장치가 사용되었는데, 현재는 증기식이 유일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출장치의 형식은 C-7, C-11, C-13이 있는데 C-7 은 전장이 약 80m이고 중량 18.2t의 항공기를 약 175km/h 또는 중량 31.7t의 기체를 약 215km/h로 사출할 수 있습니다. C-11은 길이 61m이며 중량 31.7t의 항공기를 약 198.8km/h로 가속시켜줍니다. C-13은 길이가 94.5m이며 니미츠급의 원자력 항공모함에 설치되어 있으며, 중량 35.4t의 항공기를 255km/h로 사출이 가능합니다. C-13은 길이 나란히 두개의 피스톤이 질주하며, 이 피스톤은 비행갑판 상에 있는 거북이 등처럼 생긴 셔틀 (Shuttle)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항공기는 노즈 기어 (Nose Gear)에 있는 사출 바 (Bar)를 셔틀에 걸고, 사출시 셔틀에 이끌려 이륙이 가능한 속도까지 급가속시켜 이함하게 되지요.
1950년대에 영국에서 처음 발명된 증기식 사출장치는 현대 항공모함에 있어서는 세가지 필수장치의 하나이며, 2차 세계대전 후 성취된 함재기의 제트화도 이 증기식 사출장치 없이는 실현되지 못했을 겁니다.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미항공모함에 장비된 사출장치는 모두 유압식이었는데, 당시의 유압식 사출장치인 H-8에 비해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최신의 증기식 사출장치인 C-13-1은 3배 이상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강력한 사출장치가 실현된 이면에는 원자력 추진이라는 혁신적인 기관의 실용화가 있었으며, 원자로에서 풍부하게 공급되는 수증기가 강력한 사출장치의 원동력이 된 것 입니다.
▲ 착함장치 (Arresting Gear)
함재기의 제트화에 따른 대형화와 중량의 증가는 착함시의 안전한 급제동을 위한 착함장치의 개발을 촉진시켰습니다. 함재기의 중량은 상당한 것으로 이 중량으로 항공모함의 비행갑판에 고속으로 착함하게 되는데, 이런 함재기를 받아 멈추게 하는 것이 비행갑판의 후반부인 착함갑판을 가로질러 옆으로 걸쳐있는 어레스팅 와이어 (Arresting Wire) 입니다. 이 어레스팅 와이어의 수는 현대식 미항공모함의 경우 4개가 표준이며, 어레스팅 와이어에 의한 착함 시스템을 착함장치라고 부릅니다.
착함갑판에 쳐진 철선에 함재기의 끝에 있는 인입식 갈고리 (Arresting Hook)가 걸리게 되면, 철선에 연결된 유압 실린더를 압축시키면서 항공기의 전진운동을 흡수해 엄청난 급제동을 걸게 됩니다. 이때 기체와 승무원에게 가해지는 충격은 단순한 상상을 초월하는데, 약 240km/h의 속도로 착함갑판에 접근한 F-14가 어레스팅 와이어에 갈고리를 걸면, 기체의 갈고리에는 약 50t의 인장력이 걸리고, 처음 갑판에 접촉하는 착륙장치 (Main Gear : 뒷바퀴)에는 80t, 노즈기어 (Nose Gear : 앞바퀴)에는 30t의 충격이 가해지며, 조종사에게는 1.5t의 하중이 걸리게 됩니다. 따라서 함재기는 착함속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고양력 장치와 저속 조종 보조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만일 함재기의 유압계통이 고장난다면 착함시의 위험성이나 충격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되고, 유압계통에 문제가 생기면 플랩 (Flap) 이나 슬랫 (Slat) 등 고양력 장치를 사용할 수 없어 착함속도가 커지기 마련이며, 설사 그 상태에서 어레스팅 와이어에 갈고리를 걸어 착함한다고 해도, 그때의 충격은 인간으로서 매우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따라서 항공모함에서 발진 후 유압장치가 고장난 함재기는 근처의 육상기지까지 비행한 후 착륙하는 것이 일반적 입니다. 미해군의 육상 항공기지는 항공모함과 마찬가지로 착함장치가 설치되어, 정상착륙 후 어레스팅 와이어에 의해 급제동을 할 수도 있고, 공군기지의 경우는 활주로 끝에 오버런 (Over-Run) 방지용 와이어가 쳐져 있는데, 이 와이어는 충격 흡수장치라고 하지만 무거운 체인을 끌고 나가는 간단한 방식입니다. 더불어 함재기는 이와 같은 강력한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착륙장치 및 기체구조의 강도가 강화되어 있는데, 일반 공군기에 비하여 약 6배 이상의 충격에 견디는 강도와 해수 (海水)에 대한 대비책 또한 마련되어 있습니다.
항공모함의 비행갑판은 길이가 약 300m 이지만, 착함이 행해지는 사행갑판 (Angled Deck : 항공모함의 미축선에 대해 옆으로 경사되어 있음)의 길이는 240~270m 이며, 실제로 착함은 12m 간격으로 쳐진 4개의 어레스팅 와이어가 있는 100~110m의 거리에서 이루어집니다.
항공모함에 착함을 시도하는 조종사는 갈고리가 어레스팅 와이어에 걸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바퀴가 비행갑판에 닿음과 동시에 착함을 포기하고 복행하기 위해, 스로틀 레버 (Throttle Lever)를 앞으로 밀어서 최대로 가속시키게 됩니다. 갈고리가 걸린 항공기는 이 상태에서 비행갑판 위세 멈추게 되며, 그렇지 못한 항공기는 다시 속도를 회복해 재빨리 이함해야 하는데, 만약 4개의 어레스팅 와이어 중 어느 하나에도 갈고리가 걸리지 않고, 또 복행하는 데 필요한 추력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물론 항공기는 사행갑판을 지나 바다에 추락하고 말겠지만, 이러한 경우를 가정해 비행갑판에는 제2의 안전대책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리케이트'라고 불리는 것인데, 바리케이트는 신축성이 뛰어난 나일론 재질의 그물을 세로로 쳐서 함재기를 잡아 정지시킵니다. 이 바리케이트는 함교에서 조작함으로서 유사시 즉시 세워지게 되며, 동체착륙을 시도하는 함재기를 잡는데도 착함장치와 함께, 이 바리케이트가 사용됩니다. 만약 바리케이트가 돌파당하게 되면 함재기는 갑판 끝을 지나 결국 바다에 추락하게 되는데, 현대의 항공모함은 모두가 사행갑판이기 때문에 손실기는 1대로 끝나는게 대부분이지만, 사행갑판이 아닌 과거에는 이런 경우의 피해가 함수쪽에 있는 멀쩡한 항공기에 미치는 수가 많아 난감한 대형참사를 불러오는 경우가 상당히 잦았다고 합니다. 착함과 복행에 실패하면 조종사는 즉시 사출좌석으로 비상 탈출하게 되는데, 조종사가 바다에 빠지게 되는 경우에는 구조 헬리콥터가 바로 이륙하게 되지요.
사행갑판은 함수로부터 약 8도의 경사각을 갖도록 단지 착함구역만을 제한한 것이며, 항공모함 자체의 갑판 구도나 크기를 바꾼 것은 아닙니다. 1955년에 항공모함 Forrestal이 취역하면서 등장한 사행갑판은 매우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긴 하나, 함재기의 이함/착함작업을 완전히 분리시키고 병행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상당한 안정성과 효율성을 가져온 현대 항공모함에 있어서 혁명과도 같은 발명이었습니다.
▲ 착함유도장치
항공모함의 함재기 운용에 있어서 착함은 이함보다도 훨씬 어렵고, 위험이 수반되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미해군의 항공모함은 안전한 접근 및 착함을 위해 항공기의 최종 접근경로를 정확히 지시하는 장치를 착함갑판의 좌측에 설치하고 있습니다.
함재기의 착함을 유도/조정하는 LSO (Landing Signal Officer : 착함신호장교)는 과거에는 두 손에 깃발을 잡고 접근하는 항공기를 유도했지만, 함재기가 제트기로 변하자 수신호에 의한 착함유도가 불가능하게 되어 MLS (Mirror Landing System : 거울착함유도장치)가 등장했으며, 함재기의 속도증가에 따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프레넬/렌즈광학시스템으로 발전했습니다. 프레넬 렌즈에 의해 지향성이 강한 등화를 세로로 여러 개 세우고, 가로 방향으로도 여러 개의 등화가 'R11;' 형태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만약 착함하려는 항공기의 강하각이 정확하면, 프레넬 렌즈의 증화가 가로 R11;자로 표시된 등화의 중앙에 오게 되고, 높으면 위로, 낮으면 아래로 오게 되어 조종사는 자신의 접근경로가 적절한지 아닌지의 여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함재기에도 황색/적색/청색의 라이트가 각도를 달리해 설치되어 있어, 항공모함에서도 착함하고자 접근하는 항공기가 정확한 강하 경로상에 있는지의 여부를 알게 됩니다. 만약 접근강하 경로가 위험할 경우에는 LSO가 라이트를 점등해 항공기를 복행시키고 다시 접근하게 유도하며, LSO가 팀장이 되는 착함 안전팀은 항공기 외관상의 이상유무도 확인하면서,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함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 비행갑판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비행갑판은 길이가 332.8m, 폭 76.8m이고 총면적은 18,000㎡ 입니다. 이 비행갑판은 현대의 무거운 함재기들이 착함시 강력한 충격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함재기의 착함방법이 육상 활주로와 같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접지하는 것이 아니고, 마치 내동댕이 치듯 낙착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후부의 착함갑판에 있는 어레스팅 와이어에 걸리는 순간적인 하중은 엄청난 것으로서, 착함과 동시에 항공모함의 강철제 선체에는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지게 되지요. 비행갑판은 착함하는 항공기의 충격흡수 기능 이외에도 군함으로서의 불가결한 기능을 갖고 있는데, 즉 피격시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내탄기능과 선체의 강도유지를 하는 갑판으로서의 구실도 하며, 또한 중량이 무거운 각종 항공기를 수십대나 올려 놓을 수 있는 강도를 유지해야만 합니다.
미해군의 항공모함이 적이 투사한 폭탄에 피격된 예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없었으나, 실전에 준한 훈련이나 실전시에는 미사일이나 폭탄을 장착한 함재기가 수시로 이착함을 하게 됩니다. 베트남 전쟁 중 미항공모함의 갑판에서 몇 건의 사고가 발생했었는데, 1966년에는 항공모함 Oriskany의 비행갑판에서 조명탄이 폭발했으며, 1969년에는 항공모함 Enterprise가 하와이 근해에서 로켓탄이 폭발하여, 이로 인한 화재로 폭탄이 폭발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사고는 1967년 7월 29일에 베트남 통킹만의 'Yankee Station'에서 작전중인 항공모함 Forrestal에서 발생한 사고로서, F-4에 탑재된 지상공격용 로켓탄이 오발하면서 출격 준비중이던 A-4의 연료탱크에 명중하였고, 이로 인해 비행갑판상의 항공기 (연료)와 탄약이 순식간에 연쇄적으로 폭발하여 엄청난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황당한 참사로 비행갑판에 무려 7개의 구멍이 생겼고, 화재는 비행갑판 밑에 있는 10개층 중 6층에까지 도달했으며, 총 134명의 사망자와 항공모함의 손상, 전투비행단의 엄청난 손실로 인하여, 포레스탈의 전투수행 능력은 제로가 되어버렸고 결국 본국으로 귀환하기에 이르게되지요. 과거 포레스탈의 갑판은 두께 5cm의 고강도 강철판 위에 나무를 깔았었으나, 함재기의 제트화에 따라 현재 미해군의 항공모함은 두께 3인치 (7.6cm)의 장갑판 위에 충격흡수 역할을 하는 몰탈을 하고 미끄럼 방지용 코팅을 한 내열/내마모성의 강철 장갑 활주로가 되었습니다.
▲ 캣 워크 (Cat Walk)
캣 워크는 이착함 작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비행갑판 주위에 설치되어 있는 좁은 통로를 가리킵니다. 실제로 비행갑판 상에는 아무것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비행갑판에서의 작업에 필요한 모든 시설과 기재가 이곳에 설치됩니다. 캣 워크란 말을 직역하면 '고양이 통로' 정도가 되겠는데, 바로 비좁은 통로를 지칭하는 것이지요. 이곳에는 캐터펄트 사출을 수행하는 캐터펄트 스테이션, 착함을 위한 광학 착함시스템 (FLOLS), 착함신호장교 (LSO)의 플랫폼, 함재기에 연료를 공급하는 호스와 장비, 소화용 기재, 엔진시동에 필요한 전원코드 등이 있으며, 캣 워크는 비행갑판에서 이착함 작업을 하는 요원들의 대기소로도 사용되고 함내로 출입하는 출입구가 되기도 합니다.
▲ 엘리베이터 (Elevator)와 탄약고
함재기를 격납고에서 비행갑판으로 또는 그 반대로 이동시키는데 사용하는 것이 엘리베이터이며, 영국해군에서는 리프트라고 부릅니다. 지하철을 미국에서는 'Subway', 영국에서는 'Underground'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2차 세계대전 중에 사용된 미해군의 Essex급 항공모함 이후부터는 함수 비행갑판 중앙에 1대, 우현함교 후방에 1대, 좌현 사행비행갑판 앞에 1대 등 합계 3대의 엘리베이터를 갖고 있었으나, 이후의 'Super Carrier'라고 불리는 포레스탈급 항공모함부터는 중앙의 엘리베이터가 폐지되었습니다. 중앙 엘리베이터는 원래 사행갑판이 등장하기 전의 잔재로서, 사행갑판이 좌현에서 뻗어 나옴에 따라 우현에도 현측 밖으로 튀어나오게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좌현 후부 비행갑판에 1대, 우현 함교전방에 2대, 우현 함교후방에 1대 등, 4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는 각각 번호가 붙어있는데, 우현 전방에서부터 넘버 1, 2, 3, 그리고 좌현의 한대는 넘버4가 됩니다. 미드웨이급 항공모함은 3대의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우현의 2대와 좌현 후방의 1대이며 좌현의 것이 넘버3 (영화제목이 아님...) 엘리베이터가 되겠습니다. 엘리베이터는 항공모함의 구조상 매우 취약한 부분이며, 이것이 고장 또는 파괴되는 피해를 입게 되면, 함재기의 이동이 불가능해 항공모함의 기능이 마비되는 난감한 일이 생겨버리지요.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의 엘리베이터는 설치 장소에 따라 크기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가장 큰 것은 길이와 폭이 25.9x15.8m 입니다. 엘리베이터 본체는 알루미늄 합금의 재질이긴 하나, 중량이 무려 105t에 이르며, 최대 46.7t의 함재기를 격납고로부터 비행갑판으로 운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무게는 함재기의 중량을 상회하는 것으로서 함재기는 격납고에서 폭탄이나 미사일 등을 탑재하고 비행갑판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니미츠급 항공모함에는 탄약 전용의 소형 엘리베이터가 4대가 있는데 2대는 전부 비행갑판에 있는 2개의 스팀 캐터펄트 사이에, 다른 2대는 아일랜드 (함교 구조물) 뒤에 있으며, 모두가 비행갑판으로부터 3, 4, 5층에 있는 탄약고와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탄약고의 저장 가능 용량은 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약 2,500t의 적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어마어마한 물량도 현재의 함재기는 120소티 (Sortie)의 출격으로 전부 소모한다고 하니, 현대의 항공전이 얼마나 큰 소모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들 3층으로 된 탄약고에는 항공모함 자체 방어용의 Sea Sparrow 함대공 미사일, 근접 무기체계인 Phalanx CIWS 기관포탄도 있지만, 대부분은 함재기에 탑재되는 미사일, 폭탄, 기관포탄, 어뢰 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각종 함재기에 탑재되는 무장을 구체적으로 보면,
공대공 미사일 : AIM-54 Phoenix, AIM-9 Sidewinder, AIM-120 AMRAAM
공대지/공대함 미사일 : AGM-65 Maverick, AGM-84 Harpoon, AGM-88 HARM, AGM-154 JSOW
폭탄 : Mk.xx 계열의 자유낙하폭탄, LGB (Laser Guided Bomb), JDAM (Joint Direct Attack Munition)
기타 음향어뢰, 폭뢰, 기관포탄이 저장되어 있으며, 미해군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물론 핵무기도 저장되어 있습니다.
▲ 격납고 (격납갑판)
함재기를 함내에 수용하는 격납고에는 전투기, 전투공격기, 조기경보기, 대잠기, 헬리콥터 등 다양한 크기와 기종의 합재기가 격납됩니다. 1940년대에 취역한 에섹스급, 미드웨이급 항공모함의 격납고 천정 높이는 약 5.25m, 넓이는 9,734㎡ 이었습니다만, 이제까지 출현한 함재기 중 가장 크다는 A-3D Sky Warrior의 수용이 불가능하여 포레스탈급 항공모함은 천정 높이가 7.5m (갑판 3층분), 넓이는 18,171㎡로 커졌고, 그 이후에 취역한 항공모함도 천정 높이는 크게 변화가 없으나 넓이는 항공모함의 대형화에 따라 변했습니다. 항공모함의 격납고 크기는 거의 항공모함 자체의 크기와 비슷하며, 함내에서의 가장 큰 수용공간이기도 합니다. 격납갑판은 함재기를 수용하는 동시에 정비하는 곳이며, 이 때문에 격납갑판의 앞부분과 뒷부분에는 기체정비를 위한 시설 (Shop)이 있고, 함수쪽에는 Avionics (항공전자장비), 무장 그리고 함미에는 엔진과 유압계통의 정비시설이 있습니다.
항공모함에서 수행되는 정비는 엔진, 기체, 유압, 전자 등 91개 부문으로 구성되는 중간정비 (Intermediate Level)와 비행대대에서 수행하는 일상점검, 정기시험, 간단한 수리조절을 담당하는 부대정비 (Organization Level)이며, 오버홀 (Overhaul) 등의 대규모 정비는 육상기지나 항공기 제조회사 (Lockheed Martin, Boeing 등)에서 수행합니다.
▲ 아일랜드 (Island : 함교구조물)
일반 군함의 함교 (艦橋)는 브리지 (Bridge)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항공모함의 경우는 아일랜드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구조물 위에 함교가 있는데, 평평한 비행갑판을 수평선으로 보아 그 위에 솟아오른 함교를 섬이라고 부르는 것 입니다.
항공모함의 함교 밑 5층에는 전자장비실, 그 위 1층에 전투함교, 그리고 그 위에 항해함교가 있는데, 전투함교는 말 그대로 실전시에 함대를 지휘하는 장소로서 이곳은 핵무기 공격을 비롯한 어떤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고 합니다. 사방은 주위를 감시할 수 있는 창문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피격의 우려가 있는 전투에서는 안에 있는 폐쇄된 함교에서 함장 이하 모든 참모가 전투지휘를 수행합니다. 항해함교는 통상 항해시 지휘하는 곳으로서, 아일랜드 상부에 있는 레이더 스코프와 함대 주위의 정보를 전시하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고, 함장은 통상적으로 이곳에서 지휘를 합니다. 또 항해함교의 뒤에는 비행갑판 위로 튀어나온 소함교가 있으며, 이착함의 책임자인 Air Boss는 이곳에 위치해 이착함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착함에 관해서는 이곳에서의 지휘가 가장 우선하게 되지요.
그 밖에는 비디오 카메라가 설치되어 항시 이착함 상태를 기록하고 있고, 이 녹화자료들은 각 조종사의 기술향상을 위해 사용되며, 사고시에는 원인조사의 자료로서 사용되기도 합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경우를 보면 아일랜드의 정상부에는 각종 전자장비 안테나가 집중해 있고, 함교에는 여러 개의 현대식 3차원 대공 레이더와 대함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으며, 마스트에는 TACAN (전술항법장치), 전자방해장치, 위성항법장치 등의 안테나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함정간, 항공기간, 육상기지, 사령부간의 통신을 위한 각종 통신기의 안테나는 비행갑판 주위에 설치되어 있으며, 항공기 이착함시에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옆으로 눕혀 놓기도 합니다.
▲ 기관 (동력)
미해군에서는 항공모함의 추진기관으로서 이제까지 모든 항공모함에 증기터빈을 사용해 오고 있으며, 미드웨이급의 예를 들면 고압 보일러에서 발생한 수증기로 4기의 증기터빈을 회전시킵니다. 이 증기터빈의 출력은 212,000 마력으로서 4개의 스크류를 회전시키며, 각각의 스크류 뒤에 있는 4개의 키는 급선회를 가능하게 해주며, 이러한 4축 스크류, 4개 키의 구조는 보일러가 원자력으로 변한 오늘날에도 변화가 없습니다.
미드웨이급 건조로부터 10년 후에 건조된 포레스탈급 항공모함은 대형화와 함께 출력도 강화되어 26만 마력이 되었고, 2번함인 항공모함 Saratoga는 280,000 마력이었습니다. 최초의 원자력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는 8대의 A2W 가압수형 (加壓水型) 원자로에서 발생한 증기로 4기의 터빈을 회전시켜 280,000 마력의 출력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원자력 기술의 발달로 다음에 건조된 니미츠급 원자력 항공모함은 260,000 마력 이상의 출력을 2대의 A4W 원자로에서 얻고 있습니다.
원자력 추진화에 따라 항공모함 추진에 사용되던 연료탱크가 없어졌고, 그만큼 항공모함의 주거성을 높이는 장비와 시설이 늘어났으며, 항공기 연료인 JP-5 탱크를 대형화하여 전투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항공유 저장용량은 270,000 갤런에 이른다고 하네요.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4개의 스크류를 회전시켜 30노트 이상의 고속을 내는데, 최고속도는 35노트라고 하지만 이 속도로 계속 운항할 수는 없고, 일반적인 순항속도는 25노트 정도입니다. 이것은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미사일 구축함 등의 속도가 28노트 정도이니까, 항공모함의 분쟁해역으로의 이동을 위한 순항속도는 호위함의 속도로 보면 될 것 입니다.
항공모함추진기관의 원자력화는 미국이 독점해오고 있었는데, 1997년 프랑스에서 Charles De Gaulle을 취역시켜 프랑스도 핵추진 항공모함의 보유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단히 많은 기술적 문제들이 발생했지요.) 기타 국가의 해군이 건조 중에 있는 VSTOL기 탑재형의 소형 항공모함은 함재기의 이착함을 위해 그렇게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또한 미국처럼 세계 각지의 분쟁 개입을 위해 고속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이들 국가의 항공모함의 주기관은 전부터 사용되어 오던 증기터빈 기관이 점차 감소되고 있으며, 가스터빈이 주종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항공모함 함대의 보이지 않는 통신망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자면 거대한 항공모함 함대는 확실히 큰 위협입니다. 통상 미항공모함 함대는 항공모함 1척을 중심으로 미사일 순양함 1척, 미사일 구축함 3척, 프리깃함 2척으로 구성되는데, 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함정은 모두 최첨단 이지스 (Aegis) 체계를 탑재한 함정이며, 항공모함 함대에는 항상 보급함이 수행하면서 작전에 필요한 연료, 탄약, 식량 들을 보급하게 됩니다.
해상에서는 볼 수 없지만 수중에서는 공격잠수함이 주변 바다 속에서 적 잠수함의 출현에 대비하여, 눈과 귀를 곤두세우고 있으며, 대공 작전면에서는 항공모함 자체도 뛰어난 레이더를 보유하고 있지만, 조기경보기 E-2C를 체공시켜 공중으로부터의 적 공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적 항공기를 발견하면 즉시 상공에서 초계비행 중인 전투기나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발진시켜 적기를 요격합니다. 그리고 항공모함를 호위하는 함정에는 적 잠수함을 탐지/추적해 이를 격침시킬 수 있는 대잠기/대잠 헬리콥터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냉정히 얘기해서 항공모함 함대의 작전은 자체 보유전력에 국한하지는 않으며, 미공군의 공중조기경보기인 E-3C가 육상기지에서 발진하여 항공모함에서 원거리 공역의 탐색임무를 수행하며, 미식별기의 접근을 즉시 함대에 통보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대잠수함 작전도 육상기지에서 발진한 P-3C의 전자정보를 수집하여 이것을 함대사령부에 전송하게 되지요.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수신되는 정보는 대단히 방대한 것이며, 이를 위해 개발된 것이 NTDS (Naval Tactical Data System : 해군 전술데이터 시스템) 입니다. NTDS는 현재 미해군의 모든 항공모함에 장비되어 있으며, 이 시스템의 컴퓨터는 입수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순간적으로 처리해 적의 위협까지 분석/평가 후, 항공모함 자체의 각 부서는 물론이고 체공중인 전투기, 대잠기, 헬리콥터 그리고 항공모함 함대의 각 함정에게 데이터링크를 통해 즉시 정보를 전파합니다. 말하자면 항공모함 함대 전체가 마치 1척의 함정처럼 통합적으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데이터링크의 핵심역할은 CIC (Combat Information Center : 전투정보센터)에서 담당하는데, CIC의 컴퓨터에 입력되는 정보는 적 잠수함 및 적 항공기에 관한 정보에 국한되지 않으며, 지구궤도 상의 군사 통신위성에서 중계된 함대사령부로부터의 정보나 명령도 들어오게 됩니다. 함대의 항법 데이터는 항법위성 (Navstar)에서 수신하며, 함대작전에 긴요한 기상자료도 기상위성에서 수신하게 됩니다. 1963년에는 항공모함 사라토가가 탈로스 위성으로부터, 1964년에는 님버스 위성으로부터 기상데이터를 수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통신위성의 회선을 가장 널리 이용한 것은 베트남 전쟁이었는데, 통킹만에서 작전하는 미항공모함 함대는 본국으로부터의 명령지시나 각종 정보를 대량으로 수신했다고 합니다.
[출처] [본문스크랩] 현대 항공모함의 구조물|작성자 리차드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