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부 나토(NATO) 국가들이 리비아 공습을 위해 연일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강의 전투기라는 ‘F-22’만은 리비아에 투입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이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일부 나토 국가들은 연일 카다피가 이끄는 리비아 정부군과 시설을 공습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B-2A’ 스텔스 폭격기를 비롯해 ‘F-15E’, ‘F-16C’ 전투기, ‘AC-130U’ 공격기 등 다양한 전력을 동원하고 있다.
다국적군에 참가한 나라들 역시 자국의 주력 전투기를 파견하고 있다.
영국은 ‘타이푼’(Typhoon)과 ‘토네이도’(Tornado)를, 프랑스는 ‘라팔’(Rafale)과 ‘미라지 2000’(Mirage 2000)을, 스페인은 ‘F/A-18’ 등을 투입하고 있으며, 각종 수송기, 정찰기까지 더하면 서방측이 보유한 주력 항공기 대부분이 리비아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중에서 최강의 전투기라 불리는 F-22A 랩터(Raptor)는 찾아볼 수 없다. 랩터는 특히 뛰어난 스텔스 성능과 기동성을 갖춰 그 어떤 전투기보다 이번 공습에 적합한 전투기라는 점에서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는 23일(현지시간) 렉싱턴 연구소의 로렌 톰슨 박사의 말을 빌려 랩터가 리비아 공습에 빠진 이유가 랩터의 아군과의 통신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톰슨 박사에 따르면 랩터 전투기가 스텔스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통신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데 많은 나라가 참가하고 있는 이번 공습에선 활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라 랩터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랩터라고 하더라도 전파의 발신원을 역추적할 수 있는 장비가 보편화된 현대전에서 통신을 위해 무전기를 작동하면 대략적이나마 위치가 탄로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사는 또 랩터가 스텔스 성능을 위해 같은 랩터끼리만 데이터링크가 연결돼 있으며, 다른 기종과는 단지 수신만 가능하고 송신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미 공군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형 다기능 데이터링크(MADL)를 개발해 랩터에 장착하려 했으나, 지난해 관련 예산이 모두 취소된 상황이다.
톰슨 박사는 랩터의 부족한 지상공격능력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랩터는 분명 우수한 전투기지만 기본적으로 냉전시절 ‘공중우세기’(Air Superiority Fighter)로 계획된 탓에 애초 설계부터 지상공격능력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실제로 랩터는 F-15E보다도 강력한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탑재할 수 있는 폭탄은 1000파운드(약 450㎏) 급 JDAM 2발에 불과하다. 스텔스 성능을 위해 모든 무장을 내부에 탑재해 폭탄을 실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공군은 부피를 줄여 탑재량을 늘린 ‘SDB’(Small Diameter Bomb)라는 신형 유도폭탄을 개발했으나, 이 폭탄을 운용할 수 있도록 개량된 랩터 전투기는 지난해 말부터 배치되기 시작해 숫자가 적다.
톰슨 박사는 이러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최강 전투기라는 랩터가 이번 리비아 공습에 투입되지 않았던 것이라 분석했다.
한편 그는 낙후한 리비아 공군을 상대하는데 최첨단 전투기를 투입할 필요성이 있겠느냐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 덧붙였다.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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